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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제재 뚫고 성장세… 시장이 주시할 대북 리스크 '3가지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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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제재 뚫고 성장세… 시장이 주시할 대북 리스크 '3가지 신호'

무기 수출·해킹으로 자금 조달… 기저효과 딛고 8년 만에 최고 성장률 기록
평양 중심의 소비 붐 확산… 코스피 외국인 수급 및 공급망 변동성 점검해야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러시아와의 밀착과 중국의 지원을 발판 삼아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러시아와의 밀착과 중국의 지원을 발판 삼아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러시아와의 밀착과 중국의 지원을 발판 삼아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현지시각)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과 군사 협력, 중국을 통한 소비재 수입 확대를 바탕으로 수년 만에 가장 활발한 경제적 번창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H. 박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은 북한 정권에 거대한 이득을 가져다주었다"라며 "북한 정권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단순한 체제 선전을 넘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높이며, 국내 금융시장과 공급망에 중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기 수출과 암호화폐 해킹이 밀어 올린 3.7% 성장률의 실체

북한의 경제 회복은 대외 군사 협력과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견인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신 자료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2024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국내 연구기관들도 이 같은 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시기 국경 봉쇄로 급격히 위축됐던 기저효과와 대외 거래 회복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강력한 추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화한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여 100억 달러(1547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북한의 전체 연간 국내총생산 추산액이 약 270억 달러(4178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외화가 유입된 셈이다. 다만 무기 대금의 상당 부분이 현물 또는 상계 방식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실제 현금 유입 규모에는 추정치 간 편차가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러시아 전선에 15000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하여 최소 5억 달러(7700억 원) 이상의 대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대금의 상당 부분은 첨단 군사 기술이나 방공 시스템, 건설 자재 등 현물 형태로 지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이버 범죄를 통한 자금 조달도 핵심 축이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계에 따르면 북한 해커 집단은 중국 등 해외에 거주하며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탈취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경제력은 김정은 정권 집권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라며 "1994년부터 2011년까지의 김정일 재임 기간 중 어느 시기보다도 강한 상태"라고 해설했다.

평양 중심의 디지털 전환과 돈주상인의 제도권 편입


확보된 자금은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소비 붐과 인프라 확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부 관측통들은 과거의 낙후된 모습과 결별한 도시 풍경을 전했다. 거리에 중국산 전기차와 고급 수입 차량이 급증하자 북한 당국은 무단횡단 금지와 운전 중 흡연 금지를 골자로 하는 교통 법규를 개정해 국영 방송으로 방영했다.

디지털 결제 플랫폼과 모바일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평양 주민들은 '삼흥' 등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우버 방식의 택시를 호출하고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식당과 상점에서는 현금 대신 모바일 QR 코드 시스템으로 결제를 진행한다. 호주 여행사 운영자인 로완 비어드는 "평양 거리 위 30미터 높이의 스카이브리지 레스토랑에서 초밥과 피자를 먹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은 이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거 암시장에 의존하던 '돈주' 계층의 활동을 국가 통제로 흡수하고 있다. 국영 상점과 약국을 확대하는 한편 지방 부문 공장을 건설하는 '20×10' 구상을 통해 밀수 상인들을 국영 일자리로 편입하는 추세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 보고서 및 분석에 따르면, 무기 판매와 사이버 해킹으로 벌어들인 외화의 일부가 민간 주민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확대를 넘어 정권의 내부 통치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핵 협상 동력 상실과 금융·산업계 완충 능력 시험대


북한의 재정적 자립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재 완화를 카드로 제시하며 비핵화를 유도하던 기존 압박 전략은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적 궁핍을 이유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장기화하는 요인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대북 리스크 가중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북··러 밀착에 따른 동북아 공급망 재편이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에 직간접적인 비용 상승 압박을 가할 우려가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 배터리 소재 등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간접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촘촘한 유동성 방어 대책과 다변화된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는 지정학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어벽으로 작동한다.

투자자와 기업들은 향후 거시경제 위험 관리를 위해 다음 세 가지 핵심 지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첫째, 러시아발 첨단 군사 기술의 북한 유입 속도와 한미일 공조 수위다. 기술 이전 수준에 따라 지정학적 위험지수가 급변하므로 방산·원전·우주항공 등 관련 테마주의 변동성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둘째, 중국의 대북 정제유 및 원자재 공급량 변화 추이다. 중국의 물류 지원 강도는 북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며, 이는 해상 운임 및 원자재 가격 변동과 연동되어 공급망 리스크의 크기를 나타낸다.

셋째, 북한 해킹 그룹의 활동성과 관련된 글로벌 사이버 보안 통계다.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자금줄의 차단 여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핀테크 보안주의 수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점검해야 한다.

북한의 경제적 호황이 대외 무역 구조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아닌 전쟁 특수와 불법 탈취에 기반한 만큼, 해당 유입 경로의 차단 여부가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과 거시경제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