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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대신 퀀트" 유럽의 통첩… 엔비디아 독점 ‘균열 조짐’ HBM 판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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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대신 퀀트" 유럽의 통첩… 엔비디아 독점 ‘균열 조짐’ HBM 판도 흔든다

EU 의회 기본 검색엔진 전환… 미국 '클라우드법' 데이터 역외 유출 차단 포석
소버린 AI 확산에 '비(非)엔비디아' 칩 급부상… HBM 공급망 다변화 압력 거세진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사이에서 종속국으로 남지 않겠다는 강력한 독자 노선 구축에 돌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사이에서 종속국으로 남지 않겠다는 강력한 독자 노선 구축에 돌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사이에서 종속국으로 남지 않겠다는 강력한 독자 노선 구축에 돌입했다.

체코 매체 노빈키(Novinky)8(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EU가 디지털 주권 확보를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입법과 행정 조치로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공공 영역에서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인프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 지형은 물론 이와 직결된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도 구조적 변수로 부상했다.

유로 의원 컴퓨터 기본값 변경… 미국 '클라우드법' 겨냥한 정책 전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유럽 의회 내부 행정 시스템에서 촉발됐다. 유럽 의회는 지난 64일부터 720명의 유로 의원과 수천 명의 보좌진 컴퓨터의 기본 인터넷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프랑스 토종 기업 제품인 '퀀트(Qwant)'로 자동 전환했다.
과거 프랑스 공공부문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던 퀀트의 이번 유럽 의회 도입은 역외 디지털 도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유럽 의회 대변인은 "이번 전환은 역외 디지털 도구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내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를 육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는 공공 영역이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정책 전환 신호로 풀이된다.

유럽집행위원회(EC)가 이처럼 자체 데이터 생태계 구성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국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해 미 정부가 역외 접근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 '클라우드법(CLOUD Act)'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병원, 에너지망, 행정 부문 등 핵심 국가 인프라 데이터가 미국 법령의 영향권에 드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EU는 공공조달 시 유럽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응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유럽 내 독립 인프라를 구축하는 '로컬 클라우드' 전략으로 급히 선회했다.

'소버린 AI'가 당긴 방아쇠… 엔비디아 일극 체제 균열과 HBM 리밸런싱


이 같은 유럽의 디지털 주권(Sovereign) 정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교체를 넘어, 데이터와 AI 모델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GPU 등 하드웨어 스택 선택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성과 HBM 수요 구조를 재편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EU가 데이터의 유럽 내 저장과 자체 규격 적용을 강제하는 '소버린 AI' 구축을 가속화하면서, 특정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가속기 독점 체제에 결속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절대 우위를 점해왔다. 그러나 EU'()미국계 AI 스택'을 밀어붙이며 독자적인 AI 가속기 및 맞춤형(Custom) 가속기 도입을 확대할 경우, 엔비디아 중심의 독점 판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AMD나 초기 단계에 있는 유럽계 칩 설계 스타트업, 혹은 빅테크의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 채택 비율이 늘어나면 HBM 공급망의 '벤더 믹스(Vendor Mix·공급업체 다변화)' 압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진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수주 기회와 함께 공급선 다변화라는 새로운 고차방정식을 던져준다. 특히 비()엔비디아 생태계 확대는 상대적으로 고객 다변화 여지가 큰 삼성전자에 유리한 구도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자립화의 현실적 장벽… 국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현지화 압박


반도체 공급망 자체를 유럽 대륙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자체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현재 10% 미만인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중 유럽 내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0%로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EU의 기술 자립화 정책은 미국 거대 IT 기업의 독점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틈새시장 진입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유럽산 부품과 소스코드 사용 요구가 강해지면 국내 반도체 및 AI 기업들이 유럽 현지 법인 설립과 공급망 이전을 강요받는 규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EU'2030년 점유율 20%' 목표가 순탄하게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인텔과 TSMC의 유럽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이 보조금 집행 지연과 유럽 내 높은 에너지 비용 리스크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인프라 자립이 늦어질수록 EU는 핵심 부품인 HBM과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는 완충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 디지털 주권 시대의 4대 시장형 지표


유럽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이 실질적인 수익성과 밸류체인 변화를 판단하기 위해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향 HBM 단가(ASP) 및 전체 수요 내 유럽 비중 추이다. 유럽 자체 AI 데이터센터의 확장에 따른 실질적 매출 기여도를 보여주며, 엔비디아 외 대체 AI 칩으로의 공급 단가 변화를 추적하는 척도다.

둘째, ASML 등 유럽 장비사의 대()유럽향 발주 데이터 변동이다. 유럽 현지 파운드리 공장의 실제 가동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현지 진출 타이밍을 결정짓는 지표다.

셋째, 엔비디아 외 AI 가속기(AMD·ASIC ) 출하 비중 변화도 중요하다. HBM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선행 지표로, 비엔비디아 진영의 성장세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등 모멘텀을 가늠할 수 있다.

넷째, 국내 배터리사의 유럽 현지 생산 비율 및 인센티브 대비 수익성이다. 공공조달 규제를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기지 가동률을 나타내며, 높은 에너지 비용을 상쇄할 만한 유럽 보조금 수령 여부가 마진율을 결정한다.

유럽의 디지털 자립 시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 체제를 흔드는 강력한 거시적 변수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 제품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생태계와 융합하고, 비엔비디아 진영의 부상에 발맞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시급히 정립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