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500억달러 기업가치에도 개인·지수 수요 강해 초기 공매도 부담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초대형 흥행 기대를 모으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자들도 섣부른 진입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페이스X가 1조7500억달러(약 2662조원) 수준의 가치로 상장할 예정인 가운데 높은 평가배수와 지배구조 우려에도 강한 매수 수요와 제한된 유통 물량이 공매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겉으로만 보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매출 대비 평가배수가 56배로 추산돼 고성장 기업 기준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대부분의 초대형주보다 높고 xAI 플랫폼과 궤도 데이터센터 같은 기술의 경제성도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공매도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강세장은 1조달러(약 152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지닌 대형 기술주가 주도했고 이 흐름은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장 직후 공매도 전략은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높은 몸값에도 매수 대기 수요 강해
로이터에 따르면 가브리엘 샤힌 팰컨 웰스 플래닝 최고경영자(CEO)는 스페이스X 공매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숏 플레이”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비상장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살 수 있도록 해왔다. 샤힌 CEO는 개인투자자를 포함해 강세론자들의 관심이 너무 커 안전한 공매도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식 대여와 공매도 잔고 분석을 제공하는 오르텍스 테크놀로지스의 피터 힐러버그 공동창업자도 스페이스X IPO의 높은 관심도, 개인·기관투자가의 수요, 기업가치를 둘러싼 엇갈린 견해가 공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조건이라고 봤다. 다만 실제 수요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 IPO는 750억달러(약 114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 공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장 직후 공개 유통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5%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유통 물량이 적으면 주식 대차가 어려워지고 공매도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슈피겔은 보호예수 해제일 이후 빌릴 수 있는 주식이 늘어나면 스페이스X 공매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직후에는 주식을 빌리기 어렵고 비용도 높아 공매도 부담이 크다며 “IPO 직후 바로 공매도에 나서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했다.
◇ 테슬라 공매도 실패 경험도 부담
스페이스X 공매도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머스크 효과라는 지적이다. 머스크의 다른 회사인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는 대체로 실패한 베팅이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은 2021년 6월 이후 장부상 270억달러(약 41조원)의 손실을 냈다. 여기에는 테슬라 주가 하락에 직접 베팅한 거래와 테슬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을 고려한 지수 헤지 거래가 모두 포함됐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0년간 2500% 넘게 상승했다. 샘 피어슨 S3파트너스 리서치 책임자는 당시 경험을 떠올리면 “꽤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과 공개적으로 충돌해왔다. 짐 차노스, 데이비드 아인혼, 영화 ‘빅쇼트’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버리 같은 유명 투자자들도 그의 비판 대상이었다. 머스크는 빨간 새틴 반바지를 판매하며 공매도 투자자를 조롱했고 아인혼에게 반바지 상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약 63만9000원)에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이 확보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테슬라 주가 급등을 불러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약 13억달러(약 1조9800억원)의 평가손실을 안겼다.
◇ 강세장 속 공매도 전략 위축
공매도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만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강세장은 공매도 전략에 불리했고 2021년 밈 주식 열풍 이후 이런 부담은 더 커졌다.
러셀3000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공매도 잔고가 가장 높은 50개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담은 골드만삭스 최다 공매도 롤링지수는 올들어 29% 올랐다. 이 지수는 4년 연속 상승세를 향하고 있다.
행동주의 공매도 전략도 최근 압박을 받고 있다. 유명 투자자 앤드루 레프트가 사기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이 전략 전반에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세페 세테 리플렉시비티 공동창업자는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논리를 펴려면 거래 이력이 있는 편이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새로 상장하는 스페이스X처럼 거래 이력이 없는 종목은 공매도 논리를 설득하기 더 어렵다는 뜻이다.
마이크 트레이시 에이펙스 핀테크 솔루션스 시장위험 책임자도 스페이스X가 상장 첫날 100% 급등하더라도 시장 전체에서 가장 좋은 공매도 대상인지는 의문이라고 봤다. 그는 “시장 전반에서 포물선처럼 오른 종목이 많은 상황에서 스페이스X가 가장 좋은 공매도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고평가 논란, 제한된 유통 물량, 강한 개인투자자 수요, 지수 편입 기대가 동시에 얽힌 초대형 IPO다. 이 때문에 상장 이후 주가가 어디로 움직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초기 국면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베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