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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러시아서 IPS 상표 등록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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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러시아서 IPS 상표 등록 거절당했다

LG디스플레이 선점 3건에 막혀… 상표권 분쟁 재점화
러시아 재진입 브랜드 전략에 첫 제동, 투자자 주목
로스파텐트에서 삼성 IPS 상표 등록이 거절되어 서류에 거절 도장이 찍혀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로스파텐트에서 삼성 IPS 상표 등록이 거절되어 서류에 거절 도장이 찍혀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러시아 시장 철수 이후에도 상표 선점 경쟁을 이어온 삼성전자가 'Samsung IPS' 상표를 러시아 지재권 당국에 등록하려 했으나 최종 거절당했다.

러시아 연방 지식재산권청(로스파텐트·Rospatent)은 이 상표가 한국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LG Display Co., Ltd.)의 기등록 상표 3건과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결정을 최근 공개했다. RAPSI(러시아 법률정보 통신사)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IPS 빼고 삼성만 보라"는 주장, 로스파텐트가 받아들이지 않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등록을 신청한 'Samsung IPS'는 국제상품분류(NICE 분류) 제9류, 즉 시청각·정보기술 장비 분야에 해당한다. 로스파텐트 심사 결과, 이 상표는 LG디스플레이가 먼저 등록해 둔 3개의 상표와 동일 분류 상품에서 혼동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의 제기 과정에서 'Samsung IPS' 전체의 핵심 식별 요소는 어디까지나 'Samsung'이라고 주장했다. 자사가 다수의 'Samsung' 계열 상표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맥락에서 소비자는 해당 상표를 삼성 브랜드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로스파텐트 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부는 " 'IPS'라는 문자 요소가 양측 상표 모두에 포함돼 있고, 비교 대상 상표들의 인식은 해당 문자 요소를 빼고는 불가능하다"며 높은 유사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IPS는 1996년부터 업계 공용 용어"… 삼성의 일반명칭화 주장


삼성전자는 별도의 반론도 내놓았다. 'IPS(In-Plane Switching)'는 액정 패널 기술을 가리키는 업계 공통 기술 용어이며, 대형 전자제품 제조사 대부분이 IPS 패널 모니터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특히 IPS라는 표기가 1996년부터 다수의 제조사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폭넓게 사용해 와서 이미 식별력을 상실한 일반명칭(generic term)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IPS 기술은 1996년 일본 히타치가 처음 상용화했으며, 이후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대만·일본 주요 패널 제조사 전반으로 확산됐다.

삼성전자의 주장처럼 IPS는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특정 기업만의 고유 표지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일반적이다. 그러나 로스파텐트는 상표의 일반명칭화 여부와 별개로, 'LG디스플레이'가 IPS를 포함한 상표를 먼저 등록한 사실 자체를 판단의 중심에 놓았다.

러시아서 재격돌하는 삼성·LG 상표 경쟁


삼성전자와 LG 계열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2년 3월 러시아 제품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로스파텐트를 통한 상표 등록은 꾸준히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6년 초 사이에 'Neo QLED', 'MovingStyle', 'Samsung Spatial Signage', 'Samsung ENSS' 등 10건 이상의 상표를 러시아에 신청 또는 등록했다.

삼성전자는 'Neo QLED' 상표를 2034년까지, 'Moving Style' 상표를 2035년까지 유효하도록 러시아에 등록해 두었으며, 이는 여건이 개선될 경우 러시아 시장에 신속히 재진입하기 위한 브랜드 보호 차원으로 해석된다.

LG그룹도 올해 초 LG전자 명의로 TV·스마트폰·태블릿·모니터 관련 상표 여러 건을, LG H&H는 화장품 브랜드 'CNP 래버러토리'를 각각 로스파텐트에 등록했다.

양사는 10년 전 러시아에서 이미 유사한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2018년에는 입장이 정반대였다. 당시 LG전자가 QLED 상표를 러시아에 등록했으나, 삼성전자의 무효 심판 청구를 받아 로스파텐트와 러시아 지재권 법원이 잇따라 LG전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로스파텐트와 러시아 지식재산법원은 QLED가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uantum dot LED)'의 약어로 해당 기술 분야의 일반 용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Samsung IPS 사건은 당시와 구도가 뒤바뀐 셈이다.

다만 쟁점의 본질인 'IPS가 일반명칭인지, 보호 가능한 식별 표지인지'는 두 사건 모두에서 핵심 논점으로 겹친다.

러시아 법원에서 삼성전자가 이번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IPS 기술 용어의 일반명칭화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스파텐트 데이터를 보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러시아에 12건에 달하는 상표를 추가 신청하는 등 러시아 지재권 시장에서의 포석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