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독일서 기술 배우던 한국, 차기 잠수함 수주전서 스승 TKMS와 ‘외나무다리’ 격돌
韓 ‘도산안창호함’ 1만 4000km 태평양 횡단 핏치 승부수 vs 獨 피스토리우스 장관 ‘새치기 인도’ 파격 공약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6월 말 최종 낙점”…G7·나토 핵심 안보 축 바꾸는 역사적 방산 레코닝
韓 ‘도산안창호함’ 1만 4000km 태평양 횡단 핏치 승부수 vs 獨 피스토리우스 장관 ‘새치기 인도’ 파격 공약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6월 말 최종 낙점”…G7·나토 핵심 안보 축 바꾸는 역사적 방산 레코닝
이미지 확대보기40년 전 대한민국 해군에 잠수함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1980년대 후반, 디젤 잠수함 건조 기술이 전무했던 한국은 독일 킬(Kiel)의 HDW 조선소(현 TKMS)를 찾아가 고개를 숙이고 기술을 배웠다. 독일이 건네준 설계도를 받아 들고 국내에서 부품을 겨우 조립하던 ‘방산 변방국’ 대한민국이, 이제 그 기술을 가르쳐준 스승의 목덜미를 겨누고 지구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잠수함 수주전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자동차·방산 전문 분석 매체 오토노시온(AutoNotion)과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앤메일(The Globe and Mail)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총사업비 최대 1200억 캐나다 달러(약 120조 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이 이달 말 최종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의 사활을 건 ‘장외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방산 계약을 넘어, 수십 년간 나토(NATO)의 수중 방산 패권을 독점해 온 독일과 무서운 기세로 스승을 초월한 한국 간의 거대한 산업적 청산(Industrial Reckoning)이라는 평이 나온다.
브로셔 든 스승 vs 1만 4000km 바다 뚫고 ‘실물’ 띄운 제자
현재 캐나다 내각이 심사 중인 최종 후보는 단 두 곳이다. 독일·노르웨이 연합의 TKMS(212CD형)와 한화오션 주축의 대한민국 원팀(KSS-III 배치-II)이 대결을 벌인다. 양사 모델 모두 캐나다 해군의 까다로운 작전 요구 조건을 완벽히 충족(Clear)했음이 확인되면서, 승부는 ‘스펙’이 아닌 ‘실행력과 신뢰성’의 영역으로 전환됐다.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1만 4000km 태평양 횡단이다. 특히 호놀룰루에서 캐나다 해군 승조원 2명을 직접 태우고 캐나다 태평양 함대와 실시간 교신을 수행하며 감행한 이번 항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캐나다 국방부 고위층을 향해 가동률 100%의 실물 자산을 눈앞에 들이민 가장 완벽한 시각적 ‘세일즈 콜’이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벼랑 끝 몰린 독일의 ‘새치기 공약’…인도가 다급해진 캐나다의 타임라인
한국의 압도적인 실물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독일 정부는 장관급이 직접 등판하는 정무적 초강수로 맞불을 놨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말 오타와에서 열린 ‘CANSEC 방산 전시회’에 전격 날아가 “독일과 노르웨이 해군이 인도받을 예정이던 잠수함 생산 순번(Slot)을 캐나다에 양도하겠다”며, 2036년까지 4척의 212CD형을 인도하겠다는 파격적인 ‘새치기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독일이 자국군 무기 도입 일정까지 뒤로 미루며 다급하게 움직인 이유는 한국 한화오션이 제시한 ‘2035년 4척 인도, 2043년 12척 전량 인도’라는 경이로운 타임라인 때문이었다. 캐나다 육·해·공군의 기존 빅토리아급 노후 잠수함 4척은 2030년대 중반이면 선령 한계로 전량 퇴역해야 한다. 자칫 수중 전력이 ‘제로(0)’가 될 안보 절벽을 앞둔 상황에서, 핫 라인(가동 중인 생산 라인)을 보유한 한국이 독일보다 1년 빠른 납기를 보장하자 전 세계 디젤 잠수함 시장의 70%를 독점해 온 독일 TKMS의 독점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94兆 GDP 패키지 vs 30년 국가 인프라…경제 오프셋의 종착지
한화오션 대한민국 원팀: 한화오션은 회계법인 KPMG의 엄격한 분석을 바탕으로 2044년까지 캐나다에 94조 원의 GDP 증대 효과와 연평균 2만 2500개의 일자리 창출을 확약했다. 특히 캐나다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의 철강을 구매해 잠수함과 장갑차를 건조하는 중공업 벨트를 제안했으며,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연계해 3만 명의 추가 고용 청신호를 켰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독자적인 상업용 소형·중형 우주 발사체 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 카드까지 추가해 정무적 가치를 극대화했다.
독일 TKMS 연합: 독일은 철저히 비공개 막후 외교를 통해 86조 원의 GDP 효과와 30년 장기 투자 플랜을 제시했다. 캐나다산 전기차(EV) 배터리 제조 시설 투자,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개발 권역 지원, 그리고 독일 정부가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사의 항공기를 VIP 및 조기경보기용으로 대량 구매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교환 조건을 걸었다. 다만, 독일 212CD형의 특수 자성 강철은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이 불가능해 자국 철강을 써야 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전 세계 방산 지형의 리밸런싱…카니 총리의 손에 쥔 캐스팅보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10대 무기 수출국으로 우뚝 섰으며, 세계 4대 방산 강국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G7 국가이자 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 안보 동맹(AUKUS)의 목전, 그리고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핵심 일원인 캐나다의 안보 심장부를 뚫어낸다면 이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방 수출 역사가 된다. 반면 독일로서는 과거 자신들에게 기술을 배워간 제자에게 나토 안방의 메가 계약을 빼앗기는 뼈아픈 세대교체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 우위와 납기 보장, 그리고 화려한 서사까지 갖춘 이번 수주전의 공은 이제 최종 결승선으로 넘어왔다. 6월 말이라는 스스로 설정한 데드라인을 앞둔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신임 총리와 오타와 내각이 스승의 오랜 맹방 지위(Geopolitics)를 선택할지, 아니면 제자의 압도적인 정시 인도력과 수직발사관(VLS)이라는 실리적 칼날을 선택할지, 전 세계 방산업계의 숨 막히는 시선이 태평양 해상으로 집중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