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웨이밍 르노 차이나 CEO, ‘역(逆)덩샤오핑’ 전략의 한계 지적
中, 유럽 공장 설립 추진하나 기술 독점 ‘왕관의 보석’ 아닌 조립 시설 이전에 그칠 것
전기차 시대의 핵심 권력, 완성차(OEM) 아닌 배터리·소프트웨어 부품사로 이동
中, 유럽 공장 설립 추진하나 기술 독점 ‘왕관의 보석’ 아닌 조립 시설 이전에 그칠 것
전기차 시대의 핵심 권력, 완성차(OEM) 아닌 배터리·소프트웨어 부품사로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테크 진영이 유럽 영토에 공장을 짓더라도 핵심 지적재산권(IP)은 철저히 통제한 채 단순 조립 공정과 생태계만 넘겨주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이 기술 자강론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인 해결사이자 현재 프랑스 르노 그룹의 중국 법인을 이끌고 있는 소웨이밍(Soh Weiming) 르노 차이나 CEO는 SCM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유럽의 대중국 통상 전략에 대해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팬데믹 이후 중국산 EV의 폭발적인 글로벌 공습에 충격을 받은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최근 중국 메이저 자동차사들을 향해 유럽 대륙 내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하이테크 기술을 서구 기업들에게 이전하라고 거세게 압박해 왔다.
“핵심 IP 아닌 공장만 가질 것” 30년 전 중국의 부메랑 맞은 유럽
소웨이밍 CEO는 유럽의 이 같은 기대감이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은 30년 전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와 정확히 데자뷔를 이룬다"며 "중국 완성차(OEM) 대기업들은 이제 무엇을 중국 본토에 핵심 안보 자산으로 남겨두고, 무엇을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보내 산업화할지 철저하게 고르고 고민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즉, 중국계 자본이 유럽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유럽이 얻게 되는 것은 독보적인 ‘왕관의 보석(핵심 기술 IP)’이 아니라, 단순히 부품을 제작하고 차량을 조립하는 ‘공장과 물류 생태계’의 관리 노하우에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과거 다임러를 거쳐 폭스바겐 그룹 중국 지사 부사장까지 16년간 역임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속성을 꿰뚫어 본 소 CEO는 자동차 산업의 노하우를 세 가지 층위로 분류했다.
최상단 가치에는 기업의 독점적 지식재산권(IP)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아래에 산업화(제조 공정 및 부품 제작법), 최하단에 공급업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과거 중국이 유럽 합작 투자로부터 얻어냈던 것도 핵심 IP가 아닌 단순 공장과 주변 생태계였다.
특히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통상 역학 관계의 근본적인 룰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전통적인 내연기관(ICE) 시대에는 완성차 제조사(OEM)가 엔진과 변속기라는 핵심 기술 권력을 완벽히 독점했으나, 전기차 밸류체인에서는 그 권력의 중추가 배터리와 고도화된 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1차 부품 공급사(서플라이어)로 대거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정부가 완성차 업체를 아무리 옥죄어도 원하는 하이테크 IP를 획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르노 그룹의 유럽 내 4대 핵심 배터리 파트너십 중 엔비전(Envision)과 글로벌 시장 1위인 CATL 두 곳이 모두 중국계 안보 기업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 기술 S자 곡선 정체기 진입… 르노 ‘상하이 개발 센터’의 초저가 혁신 승부수
그러나 소 CEO는 중국 전기차 진영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끝에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S자 곡선 정체기’에 전격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술 격차를 좁히고 마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을 포착하고 가장 먼저 즉흥 전술에 나선 곳이 바로 르노 그룹이다.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르노 그룹 CEO가 기획하고 소웨이밍 CEO가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전략에 따라, 르노는 경쟁이 과열된 중국 승용차 판매 시장에서 과감히 철수하는 대신 중국의 고도화된 첨단 전기차 부품 생태계만을 흡수하는 ‘에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으로 피보팅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25년 상하이에 ‘첨단 중국 개발 센터(ACDC)’의 빗장을 전격 열어젖혔다.
상하이 R&D 센터가 내놓은 첫 번째 합작 어닝 서프라이즈는 르노의 클래식 명차를 전동화로 부활시킨 차세대 전기차 ‘트윙고(Twingo)’ 프로젝트다.
중국 텍사스 및 상하이 공급망에서 고도의 엔지니어링 설계를 마치고 슬로베니아 공장에서 최종 조립·생산된 이 차량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2만 유로(3515만 원)’ 가격 장벽을 파괴적으로 깨부셭다.
올해 초 프랑스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기 전 기본 출시 가격을 무려 19,490유로로 책정하며 폭발적인 상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소 CEO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확실한 수익성을 증명해 냈기 때문에, 폭스바겐 등 다른 유럽 브랜드 카르텔도 생존을 위해 빠르게 우리를 모방하고 뒤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보조금 끊겨도 EV 대세 못 막는다”… 중국 5월 침투율 62% ‘사상 최고치’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기차 캐심 및 수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자본시장의 깊은 우려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했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EV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을 전격 일몰·폐지하자,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에마누엘레 카펠라노 유럽 대표가 "전기차에 대한 자연스러운 시장 수요는 없다.
그동안 보조금과 현금 소모성 가격 인하 치킨게임이 착시를 일으켰을 뿐이며 결국 제조사들에게 막대한 손실만 안겼다"고 비판하는 등 회의론이 팽배했다. 브뤼셀의 유로존 지도부 역시 오는 2035년 내연기관 금지 법안을 90% 감축으로 대폭 완화하는 등 야망을 축소하는 후퇴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소 CEO는 최근의 일시적 매출 감소와 수요 정체는 시장에 영원한 인센티브 보조금이 존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장기적으로 더욱 건강한 ‘진짜 자생적 시장 역동성’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인 체질 개선 단계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중국 내수 시장은 보조금 삭감 후 첫 3개월간 가혹한 물량 쇼크를 겪었으나, 4월과 5월을 기점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보급 침투율이 무려 61%에서 62%에 도달하며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정밀 예측하고 있다.
소웨이밍 CEO는 이란 전쟁발 유가 폭탄과 전력망 안보 불안 속에서도 "지속적인 파괴적 혁신을 거친 전기차는 이제 고작 거대한 진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며 "가장 본질적인 진실은 기술의 편리함과 경제성을 체감한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번 전기차의 가치사슬로 완전히 전환하고 나면, 그 어떤 관세 장벽이나 유가 변동성 속에서도 결코 과거의 불편한 내연기관 차량으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 패권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피력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