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부동산 붕괴 겪는 中 경제… 왜 AI는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나

글로벌이코노믹

부동산 붕괴 겪는 中 경제… 왜 AI는 ‘구원투수’가 되지 못했나

中 AI 연간 투자액 1조 위안에 불과… 과거 전성기 부동산 투자 볼륨에 비해 턱없이 작아
美 대중국 칩 제재 장벽에 강력한 공급망 병목… 한·미·일·대만 ‘안보 펜스’ 밀착하며 中 소외
화이트칼라 일자리 대체하며 부의 대도시 집중… “소득 양극화 심화로 국내 수요 회복 더뎌”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가 인공지능(AI) 테크 붐을 타고 폭발적인 마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극심한 부동산 위기의 그늘에 갇힌 중국 경제 체제에서는 AI가 침체를 메워줄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한다는 냉정한 진단이 나왔다.

가혹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 장벽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과 AI 산업 특유의 부의 집중 현상이 오히려 중국 내부의 경제적 양극화 균열을 더 깊게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Nomura)의 루팅(Lu Ting)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 경제만큼 중국의 총체적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내부의 경제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부작용을 자본시장이 우려해야 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미국 경제 성장의 약 절반은 AI 인프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역시 테크 호황에 의해 촉진되고 있는 반면, 중국의 하이테크 피보팅은 도처에 널린 규제 장벽에 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투자액 1조 위안 불과… 과거 부동산 신화에 비해 턱없이 작은 덩치


루팅 이코노미스트의 정밀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AI 투자 속도는 일반 소비자 지출에 비해 약 4배나 가파르게 급증하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자본 체질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미국 전체 경제 내 AI 투자 비중과 비교했을 때, 중국의 비율은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연간 AI 투자액은 약 1조 위안(224조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과거 2010년대 중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며 자본을 빨아들이던 부동산 자산 투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볼륨이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자본 시장의 구조적 차이와 무역 제재 펜스가 결정적인 해자 격차를 만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은 벤처캐피털(VC) 등 고도로 발달한 자본시장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OpenAI 같은 혁신 기업들이 초대형 자본을 조달하기 매우 수월한 환경"이라며 "반면 중국은 본토 테크 기업들이 대량의 첨단 AI 칩셋을 매입하려 자금을 투입해도, 서방 국가들이 안보를 이유로 판매를 원천 차단하는 가혹한 수출 통제 장벽을 세우고 있어 치명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에 가로막혀 있다"고 폭로했다.

한·미·일·대만 반도체 연합 밀착… 지정학적 재정렬 속 중국의 ‘고립’

이 같은 AI 주도형 글로벌 통상 공급망의 대전환 과정에서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경제국들은 반도체 제조 및 수출 독점을 무기 삼아 사상 최고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대만의 GDP 성장률은 무려 14.55%라는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한 반면, 중국 본토의 GDP 성장은 5% 선에 묶였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추가 하향 조정한 4.2%로 발표하며 침체 기조를 공식화했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역량과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셋 공급망 안보 해자가 없었다면 미국의 AI 대투자 시대 개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글로벌 지정학의 진정한 재정렬을 목격하고 있다.

무역 마찰로 미국과 유럽의 결속은 다소 느슨해질지언정, 미국과 일부 동아시아 핵심 기술 경제권은 하이테크 산업 보완성으로 인해 ‘난공불락의 기술 카르텔’을 형성하며 더욱 굳건히 밀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중국은 구형 범용 반도체(레거시 칩)의 주요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고사양 AI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메모리를 전량 비싼 단가에 밀수하거나 우회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실질적인 마진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5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0.9% 폭증한 355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실제 수출 물량은 2.1% 성장에 그쳤다. 반면 수입 물량은 오히려 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단가 폭등으로 인해 수입 가치는 무려 68%나 폭증한 566억 달러에 달했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중국 테크 대기업들은 AI 레이스에서 승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훨씬 더 많은 수의 중국 중소 제조 기업들이 핵심 부품 매입을 위해 기만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비용 체증을 겪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이 중국 전체 GDP 성장에 미치는 순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부의 대도시 쏠림과 하위 화이트칼라 해고… “내수 이끌 원동력 상실”


근본적으로 AI 에너지는 과거 부동산 호황이나 신에너지(태양광·전기차) 산업의 폭발적 성장기처럼 중국 전역에 낙수효과를 골고루 뿌려주지 못한다는 가혹한 본질적 한계를 지닌다.

AI 개발은 고도의 자본력과 하이테크 인프라,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집중된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의 항저우 등 극소수의 최상위 메가시티 허브에만 철저히 고립되어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허브의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주니어 변호사, 번역가, 디자이너 등 하위 화이트칼라 전문직의 일자리를 급격히 대체하기 시작했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역학은 더 이상 사회 전체로 번지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Spillover)가 아니다"라며 "지방의 부와 소득을 빼앗아 대도시의 극소수 기술 엘리트 집단에게로만 이전시키는 가혹한 소득 양극화의 주범"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구조적 균열은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불균형한 양극화 회복세와 결합하여 내수 붕괴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현재 상하이 등 초일류 대도시의 2차 주택 자산시장은 초기 회복 조짐을 보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대다수의 중소 지방 도시들은 여전히 미분양 폭탄과 부동산 침체의 늪에 깊이 가라앉아 있다.

루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부와 소득이 극소수의 하이테크 대도시와 소수의 기술 독점 자본가들에게만 집중되는 현 체제 하에서는, 과거 황금기처럼 탄탄한 국내 소비 수요가 유기적으로 살아나 전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도를 재현하기가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며 자강론 위주의 중국 거시경제 정책에 전면적인 방향 전환이 시급함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