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후계 유력, 재정 노선 불확실성에 길트 금리 4.85% 상승
"총리 교체보다 재무장관 인선이 더 중요"… 시장은 정책 계승 여부 주시
"총리 교체보다 재무장관 인선이 더 중요"… 시장은 정책 계승 여부 주시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스타머 총리는 "당이 원하는 바를 받아들인다"며 9월 1일 의회 복귀 전까지 후임자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2년도 채 안 된 시점의 퇴장으로,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10년 만에 일곱 번째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파운드 연저점 위협·길트 금리 4.85%로 상승
스타머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파운드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1.3181파운드까지 미끄러지며 올해 3월 기록한 연저점 1.3159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긴 했지만 달러당 1.319파운드, 유로당 86.76펜스로 장을 마감했고,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하루 새 4.85%로 소폭 올랐다. 런던 증시 우량주 지수인 파이낸셜타임스증권거래소(FTSE) 100지수도 소폭 내렸다.
파운드화는 스타머 지도부에 대한 당 안팎의 도전이 본격화한 올해 2월 이후 이미 약 3% 하락한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스타머 퇴진 자체보다 후임 총리의 재정 노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의 킷 주크스(Kit Juckes) 외환 전략 수석은 "시장은 파운드보다 길트를 더 주시하고 있으며, 길트 시장은 지금 조용하다"고 말했다.
후계 유력 버넘, '재정 방만' 우려가 변수
스타머의 자리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지난 19일 메이커필드(Makerfield)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의회에 복귀한 앤디 버넘(Andy Burnham) 전 맨체스터 광역시장이 꼽힌다.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 전 보건장관이 버넘 지지를 선언했고, 버넘 본인도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확인했다.
이후 그는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 재무장관의 재정 준칙을 계속 지키겠다고 밝혔고, 소득세와 국민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노동당의 공약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공익 서비스의 공공 통제 확대와 북부 영국 '재산업화'를 내걸고 있어 추가 재정 지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경제학자 롭 우드(Rob Wood)와 엘리엇 조던-도크(Elliott Jordan-Doak)는 "버넘은 노동당 의원들의 좌파적 성향을 겨냥해 세금 인상과 다소 완화된 재정 준칙으로 지출을 늘리는 쪽을 택할 수 있다"면서도 "2022년 리즈 트러스(Liz Truss) 정부의 국채 시장 붕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급격한 재정 전환에는 신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이 지난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영국의 재정 적자는 233억 파운드(약 47조 4991억 원)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경제학자들의 예상치(189억 파운드·약 38조 5293억 원)도 크게 웃돌았다. 이 수치는 버넘의 정책 자율성이 실제로 극도로 제한돼 있음을 보여준다.
"10번지보다 11번지가 더 중요"… 재무장관 인선 주목
금융시장의 관심은 이미 총리 자리가 아닌 재무장관 인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Insight Investment)의 에이프릴 라러스(April LaRusse)는 투자자 노트에서 "길트 시장은 후임 재무장관이 누구인지, 그리고 다음 예산안 발표 시기가 언제인지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넥스 유럽(Monex Europe)의 닉 리스(Nick Rees) 매크로 리서치 수석은 "총리 관저(10번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보다 바로 옆 재무장관 관저(11번지)가 어떻게 되느냐가 진짜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야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 소형주 펀드매니저 인드리아티 반 히엔(Indriatti van Hien)은 "총리가 바뀌어도 영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다음 총리는 성장 동력을 되살리면서 동시에 재정의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고 출발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의 1.3%에서 0.8%로 낮추며,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영국이 주요 경제국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 9일 후보 등록이 열리면 버넘이 사실상 무투표로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영국 국채 시장은 그가 재정 준칙 준수라는 공약을 실제로 어떻게 이행하느냐를 저울질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영국 국채에 노출된 글로벌 채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투자자라면 재무장관 인선 발표 시점을 핵심 변수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