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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달러' 5년 동결은 가짜 호재…美 은행권 '토큰화 예금'의 진짜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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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달러' 5년 동결은 가짜 호재…美 은행권 '토큰화 예금'의 진짜 역습

美 상원, CBDC 금지 기습 포함했으나 시장 냉담…서클 주가 한 달 새 28% 폭락
'신뢰·인프라' 앞세운 금융 공룡의 반격…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시 생존 기로
미국 의회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오는 2031년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의회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오는 2031년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의회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오는 2031년까지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2(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 상원이 주택 구입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21세기 주택 도로법안'에 이 같은 내용의 CBDC 발행 금지 조항을 포함해 표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정부 주도 디지털 달러가 민간 가상자산 시장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보수 진영과 크립토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미국 상원은 지난 22일에 해당 법안을 표결 처리하고, 이후 이번 주 내에 하원 통과가 유력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전에 서명하여 최종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로 서클(Circle)이나 코인베이스(Coinbase)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법안 추진이라는 대형 재료에도 불구하고 서클 주가가 한 달 새 28% 급락한 것은, 시장이 이번 조치를 단순한 호재로 보지 않았다는 명확한 신호다. 전통 금융권이 자체 결제 네트워크와 토큰화 기반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더욱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다.

'존재하지 않던 위협' 삭제한 수준…시장은 이미 '가짜 호재' 간파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는 달러화 가치와 연동하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결제망에 진입하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만약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 달러가 출시된다면 민간 기업의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민간 업계는 향후 5년 동안 정부의 시장 진입 걱정 없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방어막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번 조치는 '가짜 호재'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준은 수년 동안 지역 연방은행과 함께 디지털 달러를 연구했으나 발행 단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역시 임기 동안 CBDC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론적으로 CBDC 금지는 경쟁자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위협을 공식적으로 삭제한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서클의 주가는 법안 통과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장 경쟁 심화 우려 속에 한 달간 28% 급락한 8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이 이미 실질적 펀더멘털의 한계를 간파했다는 방증이다.

결제망 장악한 금융 공룡의 진격…'기능'만 추가하는 은행권

가상자산 업계의 진짜 위협은 정부가 아닌 전통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은 이달 초 토큰화 예금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를 공동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가동에 들어간다. 비자와 마스터카드(MA), 스트라이프 등 대형 결제 기업도 독자적인 디지털 플랫폼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러한 은행권의 역습은 가상자산 진영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진다. JP모건의 'JPM 코인'과 블록체인 플랫폼 '오니키스(Onyx)' 등은 이미 하루 거래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은행권은 기존에 장악하고 있던 자동결제망(ACH), 국제자금결제망(SWIFT), 신용카드망 등 글로벌 결제 인프라 위에 '토큰화'라는 기술적 기능만 추가하는 단계다. 기존 인프라를 보유한 은행권은 신규 고객 확보가 아닌 '기존 고객의 전환'만으로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크립토 기업들과 달리, 기업 간 결제(B2B)와 대규모 기관 자금을 즉시 흡수할 수 있는 장악력을 보유했다는 뜻이다.

'수익'의 스테이블코인 vs '신뢰'의 토큰화 예금…이자 금지 조항이 생존 갈라


향후 디지털 달러 시장은 민간 가상자산 진영과 전통 금융권의 명확한 구조적 차이를 바탕으로 재편된다. 두 진영의 역학 관계를 가르는 핵심 축은 다음과 같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 등 준비금 기반의 고수익을 강점으로 하며 퍼블릭 블록체인의 개방성을 활용한다. 그러나 법적 보호가 미비하고 규제 리스크에 상시 노출된다.

토큰화 예금의 경우, 법정 예금자 보호 제도가 주는 압도적 신뢰성과 기존 결제망과의 즉각적인 연동성이 무기다. 다만 허가된 참가자만 참여하는 폐쇄형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현재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규제 법안 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이다. 전통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예금을 잠식하는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판단해 이 조항의 통과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이자가 금지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상장지수펀드(ETF)나 머니마켓펀드(MMF) 대비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이자 금지 여부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자산으로 둘 것인지, 결제 수단으로 격하시킬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이자 금지는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달러가 아니라 이자 없는 현금으로 되돌리는 조치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잃은 스테이블코인은 신뢰와 규제 적합성을 앞세운 토큰화 예금에 시장을 대거 내줄 수밖에 없다.

크립토 자금 이동 시나리오…국내 금융권·투자자 대응 전략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의 자금 흐름(Flow)은 단기적으로 CBDC 리스크 제거에 따라 현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명확성과 신용 리스크가 낮은 전통 은행의 네트워크로 기관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가치 사슬 변화의 사정권에 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및 CBDC 테스트 논의는 미국의 규제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대형 은행들 또한 미국 은행권의 토큰화 예금 모델을 벤치마킹해 자산 토큰화 및 금융 투자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자산 재배치 타이밍이다. 고금리 구간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밸류에이션은 금리 민감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결제 인프라 기업은 거래량 증가에 연동되는 구조적 수혜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코인베이스는 단순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재평가 여부를 주목해야 하며, 서클은 금리 의존형 수익 구조의 한계를 방어할 대안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반면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어떤 진영이 이기든 디지털 결제 수수료를 확보하는 중립적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금융 시장을 판단할 세 가지 투자자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 대형 은행들이 추진하는 토큰화 예금 결제망의 내년도 출시 일정과 구체적인 수수료 체계다. 이는 전통 금융권으로의 자금 회귀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둘째,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내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의 포함 여부다. 수익성 모델 금지 여부에 따라 민간 발행사들의 밸류에이션이 전면 재조정될 수 있다.

셋째, 서클의 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량 변화 추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크립토 시장 이탈 및 진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증명하는 수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연준의 손발을 묶으며 일시적인 제도적 방어막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CBDC는 사라졌을지언정 디지털 달러의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결국 누가 신뢰와 결제망을 동시에 쥐고 있는가로 귀결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