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라스 타누라서 네 번째 초대형 유조선 선적
이란도 하르그섬 수출 재개…카타르·UAE LNG선 운항
이란도 하르그섬 수출 재개…카타르·UAE LNG선 운항
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과 미국·이란의 충돌이 이어졌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선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실제 물량 흐름은 완전 중단보다 부분 회복 쪽에 가까운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추적자료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생산국들이 최근 선박 공격에도 원유와 LNG 선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공격이 잇따랐다. 이로 인해 에너지 운송 속도가 둔화되고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 합의도 흔들렸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는 전날 양국이 최근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라스 타누라서 네 번째 VLCC 선적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에 따르면 29일 현재 사우디 라스 타누라 터미널에서는 네 번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원유를 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VLCC는 한 척에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유조선이다.
라스 타누라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원유 수출 터미널이다. 이곳에서는 28일 아람코 소속 헬리콥터가 추락해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유 선적은 계속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에 따르면 다른 VLCC 3척도 주말 사이 라스 타누라에서 원유를 싣고 출항한 뒤 추적 신호를 껐다. 선박이 추적 신호를 끄는 것은 걸프 해역을 지나는 동안 공격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한 척은 29일 다시 신호가 확인됐고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VLCC 2척은 28일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한 뒤 UAE 터미널에 정박해 원유 선적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 이란도 원유 선적 속도 높여
이란도 원유 선적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60일간 면제한 뒤 이란의 선적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것이다.
해상정보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이란은 27일 하르그섬의 두 수출 터미널에서 동시에 원유를 선적했다. 두 터미널에서 동시에 선적이 이뤄진 것은 거의 일주일 만이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이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자료에서는 이란 국적 VLCC ‘단’과 ‘호크’가 27일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말 동안 에미리트와 카타르산 원유 약 800만 배럴이 VLCC 4척에 실려 해협 밖으로 이동했다.
걸프 지역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지역의 수출 흐름이 회복되면 국제유가에는 하방 압력이 생긴다. 실제 브렌트유는 지난주 10.6% 떨어지며 3주 연속 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주말 사이 새 충돌 소식은 29일 유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해협 재개방 고르지 못할 것”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적은 재개되고 있지만 선박 공격 위험과 미·이란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동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토니 시카모어 IG마켓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고르지 못한 방식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본다면 현재 원유 가격은 하방 압력이 있는 합리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주말마다 반복되는 충돌이 더 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면 현재 원유 가격은 지나치게 낮다고 진단했다.
이는 시장이 공급 회복과 지정학적 위험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원유가 계속 실리고 있지만 일부 선박이 위치 추적 신호를 끄고 운항할 정도로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카타르·UAE LNG선도 운항
LNG 수송도 계속되고 있다. 선박 추적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 호르무즈 해협 서쪽에서 빈 LNG 운반선 2척의 신호가 다시 확인됐다. 또 적재를 마친 LNG 운반선 2척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
카타르 라스라판 터미널에서 LNG를 실은 ‘알 카라이티야트’는 쿠웨이트로 향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 소속 선박 ‘알 카르사’는 카타르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UAE 다스섬에서 지난 21일 LNG를 실은 ADNOC 소속 ‘므라웨’는 7월 5일 인도 서부 다헤즈 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다. 카타르에너지 소속 ‘알 함라’는 지난 18일 라스라판에서 선적한 화물을 싣고 다음달 3일 중국에 도착할 것으로 파악됐다.
LNG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의 전력·산업용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연료다. 카타르와 UAE LNG선 운항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는 일단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 위험이 반복되면 운송 일정과 보험료, 물류비에는 계속 부담이 생길 수 있다.
◇ 공급망은 버티지만 위험은 남아
이번 선박 추적자료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에도 중동 에너지 공급망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우디와 UAE, 카타르, 이란이 원유와 LNG 선적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최악 우려는 일부 누그러졌다.
그러나 안정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박 공격이 반복되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흔들리면 원유와 LNG 흐름은 다시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 위치 신호를 끄고 운항하는 유조선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해상 운송의 위험이 여전하다는 신호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보다 안정 쪽으로 움직인 것은 실제 선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세계 에너지 시장의 가장 민감한 병목이다. 산유국들이 선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급망의 회복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작은 충돌에도 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