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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에 ‘공장 이전’ 망설이는 자동차 업계… “관세가 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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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에 ‘공장 이전’ 망설이는 자동차 업계… “관세가 더 싸다”

도요타 36억 달러 투자로 생산 기지 이전 나섰지만 업계 대다수는 관망세
美 USMCA 재협상 돌입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 “천문학적 투자비가 걸림돌”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2025년 4월부터 수입 자동차 및 주요 부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 기지 미국 이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업들은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는 신규 공장 건설 대신, 수익성을 희생하더라도 기존 공급망을 유지하는 ‘버티기’ 전략을 택하고 있다.

CNN은 12일(현지시각) 토요타가 멕시코에 있던 픽업트럭 ‘타코마’ 생산 물량 일부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공장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예외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토요타는 36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입해 샌안토니오 공장을 확장하고 타코마 생산 물량을 4년에 걸쳐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대다수 완성차 업체는 공장 이전보다 관세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경영상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3일부터 승용차와 경트럭에 25%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이어 5월 3일부터는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며 자동차산업의 체질 개선을 압박해왔다.

“관세 25%가 공장 신설보다 합리적”… 계산기 두드리는 완성차 업체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주저하는 핵심 이유는 막대한 자본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통상 완성차 공장 하나를 신설하는 데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되며, 라인 안정화에만 수년이 소요된다.

반면 관세 비용은 영업이익을 갉아먹지만, 이미 최적화된 멕시코·캐나다 중심의 공급망을 즉각 해체하는 것은 경영상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토모티브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자동차 업계가 부담한 관세 비용은 최소 354억 달러(약 53조 원)에 이른다. 이 중 토요타는 2026 회계연도(올해 3월 종료)에만 관세 관련 비용으로 약 91억 달러(약 13조 6809억 원)를 지출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 3사’도 2025년 한 해 동안 총 65억 달러(약 9조 원)의 관세 폭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관세를 물면서도 생산지를 옮기지 않는 이유로 “정책의 지속가능성 결여”를 꼽는다. 행정부의 기조가 바뀔 때마다 수조 원대 공장을 짓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도박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美·멕·캐 협정(USMCA) 불확실성”… 흔들리는 북미 공급망


자동차 공급망은 엔진(미국), 변속기(멕시코), 배선(캐나다) 등 부품이 국경을 넘나들며 조립되는 정교한 네트워크 구조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가 USMCA 갱신을 거부하고 재협상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에 극도로 신중해졌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7월 1일 기존 협정의 자동 갱신을 거부하며 재협상을 시사했다. 이는 사실상 북미 내 무역 환경이 매년 불투명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메리칸 오토메이커스 정책위원회(AAPC) 관계자는 “자본 집약적인 자동차산업은 10년 이상의 장기적 정책 확신이 필수적인데, 현재처럼 협정 자체가 매년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대규모 설비 이전을 결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와 대응 과제


현대자동차그룹 등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들 역시 이번 무역 환경 변화의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특히 멕시코를 북미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한국 부품사들과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이 관세 장벽을 피하며 점유율 확대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비용 상승이 전체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와 25% 추가 관세가 맞물리면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보조금 혜택 축소와 생산 원가 상승이라는 양면 압박 속에서 생산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가격 인상으로 관세 상쇄… 소비자 부담 가중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가 당분간 대규모 설비 투자보다는 ‘가격 전가’를 통해 관세 충격을 상쇄할 것으로 분석한다.

시장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는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면서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이 공장 유치라는 목적지보다, 소비자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에 먼저 도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인내하며 관세를 감수하거나, 결국 최종 소비자가 차량 가격 인상분을 떠안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