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총면 중국산에 30% 의존, 폴란드 TNT공장 단한곳 맹점
서방방산계 북유럽 목재펄프 긴급수배…의류폐기물로 자립분투
서방방산계 북유럽 목재펄프 긴급수배…의류폐기물로 자립분투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무인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는 최첨단 디지털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 전장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축은 강력한 대포와 포탄의 파괴력이다. 그러나 전 세계 방산 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례없는 대규모 포탄 증산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정작 포탄을 날려 보낼 화약의 핵심 기초 원료인 면직물(Cotton) 공급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의 방산 공급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7월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155mm 규격 등 현대식 모든 포탄 무기 체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화학 물질인 '니트로셀룰로오스(Nitrocellulose·총면)'의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핵심 포탄 공장들이 가동률을 원활히 끌어올리지 못하고 일제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셔츠 원료가 포탄으로, 중국산 '목화 린터'에 저당 잡힌 서방 화약 공급망
건코튼(Guncotton)으로도 불리는 니트로셀룰로오스는 19세기 중반 스위스의 화학자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쇤바인(Christian Friedrich Schönbein)이 우연히 발견한 물질로, 산성 용액 처리 시 연기 없이 강력한 가스 팽창을 일으켜 포탄을 전방으로 강력하게 밀어내는 결정적인 추진제(Propellant) 역할을 전담한다. 이 물질은 목화씨에서 길고 부드러운 섬유를 뽑아내고 남은 짧고 솜털 같은 잔류 섬유인 '목화 린터(Cotton linters)'를 주원료로 삼아 제조된다. 문제는 유럽 국가들이 수세기 전 경제성 문제로 목화 재배를 전면 중단하면서, 이 기초 원료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치명적인 안보 종속성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목재 펄프에서 의류 폐기물까지, 탈(脫)중국 대안 마련 분투
중국의 원료 무기화 위협과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한 나토 동맹국들은 조달 경로 단축과 국산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인 대안 마련에 일제히 착수했다. 유럽 방산업계가 공급망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연간 니트로셀룰로오스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 이상인 최소 2만 톤 규모로 급격히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 남부 베르주라크(Bergerac)에 위치한 유기화학 방산 기업 유렌코(Eurenco)는 최근 로봇 자동화 라인을 긴급 재가동하여 치약 같은 질감의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실린더 형태로 압착·건조해 포탄 추진 장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렌코의 티에리 프랑쿠(Thierry Francou)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이 독자적인 화학 방산 자립 능력을 갖추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며, 새로운 탄약 공장 증설을 가로막는 유럽 내 복잡한 법적·관료적 환경 규제 완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적 돌파구는 북유럽의 거대한 침엽수림에서 도출되고 있다. 노르웨이-핀란드 합작 방산 기업 남모(Nammo)는 핀란드 비흐타부오리(Vihtavuori) 공장에서 목화 린터 대신 스칸디나비아산 '목재 펄프(Wood pulp)'를 추출해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양산하는 대체 공정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유렌코를 비롯한 미국과 캐나다의 화약 제조업체들도 서서히 목재 기반 원료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에 더해 유렌코는 스웨덴 야드에서 버려진 섬유 및 '의류 폐기물(Textile waste)'을 화학적으로 정밀 분해해 총면으로 리사이클링하는 파일럿 프로젝트까지 가동하며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모의 모르텐 브란트세그(Morten Brandtzæg) 최고경영자는 우리와 안보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가 핵심 공급망을 쥐고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반드시 타개해야 한다며, 서방 정부 차원의 장기 구매 계약이 마침내 보장되기 시작한 만큼 장약과 미사일 로켓 모터 등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 진정한 안보 주권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