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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상자산 정책, 베선트 국채전략과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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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상자산 정책, 베선트 국채전략과 맞물렸다

스테이블코인 성장 땐 단기국채 새 매수처…장기채 바이백 확대 재원조달에도 도움
지난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설 도중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설 도중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온 가상자산 정책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의 국채시장 안정 전략이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무부가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단기국채 발행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이 단기국채를 대규모로 사줄 새로운 수요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 장관이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국채시장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법제화로 예상하지 못한 지원군을 얻을 수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일정하게 연동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발행사가 현금이나 미 국채 같은 준비자산을 보유해 통상 1코인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추는 구조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준비자산 수요도 함께 커진다.

◇장기채 사들이고 단기채 더 발행

미 재무부는 지난주 장기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백은 이미 시장에 풀린 국채를 재무부가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장기채 공급 부담을 줄이고 시장 유동성을 개선해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재무부가 장기채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만기가 짧은 재무부 단기증권(T-bill) 발행을 늘리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이를 ‘트레저리 트위스트’라고 표현했다. 장기채 공급은 줄이는 대신 단기채 공급을 확대해 국채시장의 만기구조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의 장기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재무부는 장기물 공급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기국채 새 고객

여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이 베선트 장관의 국채 전략과 연결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니어스법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연방 차원에서 규율하는 제도다.

이 법에 따라 규제 대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한 코인을 충분한 안전자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준비자산으로 미 국채를 사용할 경우 잔존 만기가 93일 이하인 단기국채 등이 주요 대상이 된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발행사는 이에 맞춰 현금이나 단기 미 국채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재무부가 장기채 바이백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을 늘리려는 바로 그 단기국채에 구조적인 신규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베선트 장관도 과거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의 새로운 대규모 수요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3000억달러 시장, 최대 4조달러 전망도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3000억달러(약 415조2000억원)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가상자산 활용이 확대되고 규제가 명확해질 경우 시장 규모가 향후 수년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전망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장기적으로 최대 4조달러(약 5536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된다.

실제로 이 정도 규모로 성장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보유해야 할 준비자산도 함께 급증한다.

그 상당 부분이 단기 미 국채로 흘러갈 경우 재무부에는 새로운 대형 국채 매수층이 생긴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는 낮아질 수 있어 미국 정부의 차입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장기채 발행 부담을 줄이고 단기채 비중을 높이는 상황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요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해외 자금 유입되면 효과 더 커져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수요 확대가 실제 미국 정부의 전체 차입비용을 얼마나 낮출지는 자금의 출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 투자자가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에 있던 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단순히 옮긴다면 금융시스템 전체에서 미 국채에 대한 순수한 신규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에도 그 돈이 은행이나 펀드를 통해 미 국채에 투자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투자자가 자국 통화나 다른 자산을 팔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 금융시장 밖에 있던 자금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거쳐 미 단기국채로 들어오는 새로운 수요가 될 수 있다.

WSJ은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를 인용해 해외 저축자금에서 발생하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미 국채의 순수한 신규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에 주목했다.

◇트럼프 가상자산 육성과 부채관리 이해 맞물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방침 아래 관련 규제 정비를 추진해왔다.

그동안 이 정책은 주로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기업의 성장, 달러의 디지털화라는 관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장기금리까지 치솟으면서 스테이블코인은 재무부의 부채관리 수단과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하면 단기국채 수요가 늘고 재무부는 이 수요를 활용해 단기채를 더 발행하면서 장기채 공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구조다.

가상자산 육성 정책이 국채시장의 새로운 매수 기반을 만드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미국 정부의 차입비용을 크게 떨어뜨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3000억달러 수준인 시장이 수조달러 규모까지 성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디지털 결제수단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WSJ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시장의 구조를 바꿀 정도의 수요처로 성장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를 넘어서는 장기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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