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물류부터 항공·부동산·관광까지 충격…대체 인프라 확보 속도
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봉쇄에 무역로 다시 짜는 걸프국
전쟁 장기화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타났다. 전쟁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했던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걸프 지역의 에너지 수출과 물류가 동시에 차질을 빚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도 전쟁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항만 운영사들은 해협 안쪽에 집중됐던 물류를 아라비아해와 홍해 연안으로 분산하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와 오만의 소하르·두쿰 등이 대체 물류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무역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식량 공급망도 영향을 받았다. 걸프 국가들이 소비 열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해협 봉쇄로 물류비와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생활물가에도 부담이 커졌다.
에너지 수출로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로 연결되는 동서 송유관 활용을 확대해 원유 수출을 방어하고 있으며,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푸자이라 등 해협 밖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라크 역시 튀르키예·시리아 등을 거쳐 지중해와 연결되는 육상 수출로 개발에 나섰다. 반면 우회 수송로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카타르는 LNG 수출 차질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대체 물류망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지 확대보기◇ 유가보다 더 큰 부담은 에너지 인프라 피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유가에도 충격을 줬다. 전쟁 초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지만 중국의 비축유 방출과 지정학적 긴장의 등락이 반복되면서 최근에는 96달러 안팎으로 움직이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유가 변동 자체보다 핵심 에너지 시설의 피해가 장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동부 지역의 주요 원유 처리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UAE 역시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푸자이라 항구의 저장시설 일부가 손상됐다.
이에 각국은 피해 시설을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공망을 강화하고 핵심 에너지 시설을 지하화하는 등 인프라의 방어력을 높이는 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중동 전역의 피해 인프라 복구 비용만 약 5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미지 확대보기◇ 부동산·항공까지 번진 전쟁 충격
전쟁의 충격은 에너지와 물류에 머물지 않고 걸프 지역의 성장동력인 부동산과 항공산업으로 번졌다.
두바이에서는 전쟁 발발 이후 개발업체들의 신규 프로젝트 출시가 크게 위축됐고, 신규 분양 착공 물량은 2분기에 1분기보다 90% 급감했다. 기존 공급은 이어졌지만 상반기 전체 주택 매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13% 감소하면서 그동안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항공산업 역시 전쟁 초기 직격탄을 맞았다. 4월 중동 항공사들의 공급 좌석은 전년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이후 싱가포르·뉴욕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이 회복되면서 8월에는 전년과의 격차가 5% 이내로 좁혀졌지만 유럽 노선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 관광산업은 '관광객 감소+비용 상승' 이중고
관광산업의 타격은 특히 크다. UAE에서 관광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8분의 1을 차지하고 약 100만개의 일자리를 담당하는 핵심 산업인 만큼 방문객 감소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이번 전쟁으로 중동 관광산업에서 하루 최소 6억달러의 관광 수입이 사라지고 있으며, 올해 걸프 지역에서 약 13만7천개의 관광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AE에서만 4만6천개의 관광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호텔과 외식업계는 관광객 감소뿐 아니라 물류 차질에 따른 식자재 가격 상승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고급 호텔들은 수요가 위축된 기간을 활용해 예정된 리노베이션을 앞당기는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결국 6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은 걸프 경제가 그동안 의존해온 에너지 수출과 글로벌 물류·관광 허브라는 성장 모델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특정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물류 인프라를 다변화하는 것이 각국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미국의 군사력과 석유 수출에 의존해온 기존 경제·안보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는 전쟁 장기화로 걸프 국가들이 재정과 핵심 기반시설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 자립도를 높이고 안보 체계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걸프 국가들이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에너지 수출로와 물류망을 다변화하고 관광·부동산 등 비에너지 산업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위기가 걸프 경제의 단기적인 손실을 넘어 기존 성장 모델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한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ksruf0615@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