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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T 인력 위장취업 ‘대리면접’까지…외국인 내세워 채용망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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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T 인력 위장취업 ‘대리면접’까지…외국인 내세워 채용망 뚫는다

이란·시리아 등 제3국 인력이 화상면접 대신 응시…채용 뒤 북한 인력이 업무 넘겨받아
북한, IT 인력으로 연간 최대 8억 달러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
미국 NBC 뉴스는 북한이 서방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리면접자’로 내세우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NBC 뉴스는 북한이 서방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리면접자’로 내세우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서방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외국인을 ‘대리면접자’로 내세우는 새로운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위장취업을 차단하려는 기업들의 신원 확인 절차가 강화되자 제3국 인력을 실제 구직자로 위장시켜 채용 관문을 우회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북한 IT 인력이 가짜 신원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직접 화상면접에 참여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아예 다른 국적의 인력이 면접과 채용시험을 대신 치르는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NBC 뉴스는 미국 당국자와 사이버보안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의 IT 인력 위장취업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대리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 측이 채용을 원하는 기업에 지원자를 보내고 실제 화상면접에는 이란이나 시리아, 레바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국 국적자가 대신 참석하는 방식이다. 대리면접자가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면 이후 북한 IT 인력이 해당 계정을 넘겨받아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다.
대리인의 역할은 면접에만 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국인은 채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기술시험을 대신 치르거나 기업 관계자와 직접 만나 북한 측 지원자의 신원을 대신하는 역할까지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보안업체 플레어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최소 14명의 이란인이 북한 IT 조직을 위해 대리면접 인력으로 모집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중 최소 2명은 북한 측 지원자를 대신해 미국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하고 실제 채용 제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 같은 수법을 꺼내든 배경에는 서방 기업들의 검증 강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IT 인력의 위장취업이 국제사회의 주요 제재 회피 수단으로 지목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이력서와 화상면접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북한 인력 여부를 걸러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북한 측 역시 이에 대응해 기존 수법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북한 IT 인력은 서방 기업의 화상면접 과정에서 AI 필터 등을 활용해 실제 얼굴이나 신원을 감추는 방식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들이 화면 조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면접 중 특정 동작을 요구하거나 즉석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등 검증 절차를 강화하면서 이런 방식만으로는 채용 관문을 통과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사람이 면접에 참여한다면 이런 검증 절차 자체를 우회할 수 있다. 북한 인력이 아닌 제3국 인력이 직접 카메라 앞에 앉아 면접과 시험을 치르면 기업 입장에서는 화면 속 지원자의 신원을 의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사이버보안업체 쿠델스키 시큐리티 역시 올해 북한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면접이나 기술시험을 대신 치른 이란·시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개발자들의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면접에는 금전적 보상도 뒤따랐다. NBC 뉴스는 북한 측이 일부 이란인에게 면접 대행 대가로 월 500달러를 제시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외국인 활용은 단순히 채용 절차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에만 머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기술자에게 실제 업무를 맡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IT 인력의 위장취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인력만으로 외주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워지자 제3국 개발자를 직접 활용하는 방식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사이버범죄를 추적하는 보안업체 DTEX는 북한 측이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인도,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도 협력자를 모집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IT 인력 사업이 단순한 ‘가짜 취업’에서 국제적인 협력망을 활용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해외 기업에서 정상적인 IT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처럼 위장해 벌어들인 외화를 핵·미사일 개발 등 정권의 주요 자금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해외 IT 인력 사업에 수천 명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주도한 대북 제재 감시 보고서는 북한이 IT 노동자들의 해외 위장취업 등을 통해 2024년 최대 8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