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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기반 NGO, 네팔 문화 고려 않고 선교에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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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기반 NGO, 네팔 문화 고려 않고 선교에 치중

[재난 구조의 경제학(2)] 한국 단기 선교 봉사의 현지 반응

일반적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행위자는 3그룹으로 나뉜다. 국가에 관계없이 활동하는 NGO, 피해를 당했으면서도 동시에 복구를 지원하는 현지 주민, 그리고 각국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GO(Government Organization)를 꼽을 수 있다. 각 그룹은 각자의 특성을 가지는데 NGO 단체들은 후원금으로 받은 금액을 현지에 전달하며 동시에 자유롭게 빠른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 주민들은 현지에 대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며, 도와주고자 하는 모든 단체와 협업한다. 마지막으로 각 국가의 GO는 타국가가 전해주는 원조 기금을 피해 국가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며 원조와 함께 외교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그중 NGO는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뉘는데, 한 국가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INGO(International Non-Government Organization), 다른 국가의 기금으로 하나의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는 현지 밀착형 NGO, 반대로 탄생한 국가에 본부를 두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출국하는 본국 밀착형 NGO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형태뿐 아니라 목적 면에서도 인권, 환경, 아동, 여성 등 다양한 형태의 NGO가 존재한다.
51개 NGO가 네팔 전역에서 활동

한국 NGO의 기원에는 다양한 설이 있으나 6·25전쟁 이후 각국 봉사단의 한국 활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현재는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밀알복지재단, 월드쉐어,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등 다양한 형태의 NGO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네팔 대지진 당시에는 총 51개의 NGO가 네팔 전역에서 구호 활동을 벌였다.

특히 이번 지진에서는 NGO 단체인 더프라미스와 메디피스가 협력해서 랄리푸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등 작은 NGO들의 연합 활동이 두드러졌다. 이번 지진 구호에 참여한 NGO 중 약 50% 이상이 기독교 기반 단체들로 추산되며, 51개 기관 중 약 24개가 식량 보급 분야에서 활동했고, 11개 기관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동했다. 네팔에 기반이 없었던 단체들의 경우 1~2개월간의 단기 지원 활동을 끝내고 현재는 철수해 6월 중순 현재 네팔에 남아있는 NGO는 약 20개로 추산된다.

네팔 언론에 공개된 한국 개신교 NGO ‘굿피플’의 선교활동. 한국에서는 메르스로 묻혀버린 뉴스였으나 실제 네팔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지진 피해와 트라우마로 예민해진 사람들에게 이러한 선교 방식은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이미지 확대보기
네팔 언론에 공개된 한국 개신교 NGO ‘굿피플’의 선교활동. 한국에서는 메르스로 묻혀버린 뉴스였으나 실제 네팔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지진 피해와 트라우마로 예민해진 사람들에게 이러한 선교 방식은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선교 인쇄물 나누어 주다 물의

하지만 문제는 현지에서의 반응이다. 힌두교 신자가 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네팔에서 다른 종교의 활동은 오해를 사기 쉽다. 물론 종교적인 선교가 섞이지 않은 구호 활동은 모든 개발도상국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인 활동, 특히 한국 개신교 기반 NGO 활동이 현지 사람들에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이들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선교 방식에 있다. 네팔 사람들은 지금도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뒤처리를 하며, 힌두교의 상징인 소를 숭배하고, 아침마다 신에게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한 문화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내 종교를 강요하는 방식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둘째로, 짧은 선교 봉사의 목적이 확실치 않다. 한국의 경우, 연세대학교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는 처음 한국에 온 목적이 한국을 대표하는 미션 스쿨의 건설이었고 장기 체류하며 이 목적을 이룩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기독교 NGO들은 짧은 시간의 선교 봉사 활동만을 진행한 뒤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 같은 개신교 기반 NGO라하더라도 네팔에서 오랜 시간 본부를 두고 활동했던 월드비전, 굿네이버스의 경우 이러한 평가에서 비교적 긍정적이다.

네팔 사람들 갈수록 반감 커져


개신교 기반 NGO의 단기 현지 활동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지진 당시에만 해도 굿피플 소속 의사가 선교 관련 인쇄물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물의를 빚었다. 한국에서는 곧 묻힌 소식이 되었지만 실제로 네팔 현지에서는 반응이 뜨거웠다. 무엇보다도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한 현지 주민들에게 ‘개신교를 믿지 않아 지진이 생겼다’라는 주장은 그들의 감정을 더더욱 상하게 할 뿐이다. 그 이전에도 이미 한국 선교단체가 쌀자루에 성경을 넣어 전달하는 등의 무리한 종교 활동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 NGO에 대한 현지인들의 색안경은 점점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과 네팔 간의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개신교 NGO들은 이런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기 현지 활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첫째로, 마케팅적인 목적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종교단체건 NGO건 단체를 설립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때 ‘네팔 대지진의 복구에 참여했다’라는 홍보 문구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설령 종교적 이유가 없더라도 대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후원자들은 단체에 돈을 기부한다. 기존에 네팔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단체라도 이번 대지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NGO 모두 세계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 NGO 단체 중 하나인 지구촌 사랑나눔에서 지진 이후 무너진 집을 복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지진 당시 네팔에서는 굿피플,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월드쉐어, 기독교연합봉사단 등 다양한 개신교 기반 단체들이 구호 활동을 벌였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NGO 단체 중 하나인 지구촌 사랑나눔에서 지진 이후 무너진 집을 복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지진 당시 네팔에서는 굿피플,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월드쉐어, 기독교연합봉사단 등 다양한 개신교 기반 단체들이 구호 활동을 벌였다.
둘째로, 해외 단기 활동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의 목적 역시 존재한다. 종교의 세를 불리고 새로운 후원자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활동 지역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국가가 네팔, 아프가니스탄, 몽골 등 비 기독교 국가들이다. 자원봉사라는 이름 아래 선교 활동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으므로 적합한 지역이고, 실제로 현지인들의 생활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단체 역시 샘물교회 소속의 단기 선교봉사단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사건 이후 자원봉사자들의 방문 목적 중 종교적인 색채가 없어야 함을 규정으로 설립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단기 자원봉사 활동이 한국 후원자들의 충성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후원자들은 자신의 돈이 헛되이 쓰이지는 않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머물기에는 재원과 능력이 부족하고 현지 언어를 배우고 낙후된 개발도상국에서 생활하려는 노력 역시 부족하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빨리 결과를 얻어 귀국하고자 하는 단기 선교 봉사인 것이다. 물론 모든 개신교 NGO가 이렇게 운영된다고는 할 수 없다.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등 대형 NGO는 현지에 본부를 설립하여 장기간 운영해 왔으며, 개신교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종교적인 색채 없이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ASSA CAFE’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사업이 존재한다. 결국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단기 선교 자원봉사의 경우다. 이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장기적인 현지 조사와 목표가 없이 현지 활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지인과 함께 해야 마음 열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네팔 사람들이 이러한 단기 선교 자원봉사를 더 이상 고마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네팔에서는 가장 많이 국제원조를 받아오는 사람이 차기 총리라는 농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자신들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본국에서의 모금에 충분한 불쌍한 사진을 제공하고 종교를 받아들여 주었으니 이러한 원조에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네팔 사회에 굳게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진 직후 몰려든 의료봉사단으로 현지 약국은 고사 직전 상황까지 갔으며 과도하게 공급된 의약품은 지방에서 불법으로 매매되거나 잘못된 환자에게 쓰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후원자와 NGO, 네팔 정부, 현지 주민들까지 모두가 만족을 얻는 산업이 바로 이러한 단기 자원봉사 활동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네팔의 장기적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식량을 팔아 종교를 사는 행위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
구한 말부터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도 개신교 선교 봉사자들이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평생을 보내고 정부로부터 한국 이름을 받았으며 죽은 뒤에도 한국 땅에 묻혔다. 라오스 최대의 자동차 중개상인 코라오 그룹의 오세영 회장 역시 ‘나는 라오스에 묫자리를 알아봐 둔 사람이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현지인과 똑같이 먹고 자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현지인들의 마음이 열린다. 그리고 마음이 열린 사람들에게는 종교를 강요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신을 존중하게 된다. NGO 활동뿐 아니라 모든 사업에서 장기적인 이윤을 얻으려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재난 구조 역시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 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한 가지 사회사업의 일부이다. 단기적인 투자로 장기적인 이윤을 얻으려는 잘못된 선교 단기 봉사가 네팔 사람들을 거지로 만들고 있다.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정경진 현 네팔 한인회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