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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서 폭력까지 '무도'로 이어지는 불륜 뒤의 권력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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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서 폭력까지 '무도'로 이어지는 불륜 뒤의 권력 풍자

남산예술센터, 시즌 마지막 프로그램 '치정' 19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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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춤에서 폭력까지 무도로 이어지는 불륜 뒤의 권력을 풍자한 연극 '치정'이 오는 19일부터 12월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조선희)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마지막 시즌 프로그램으로 그린피그와 공동 제작한 '치정'(작 박상현, 연출 윤한솔)을 19일 무대에 올린다고 11일 밝혔다.
1954년 서울시경 수사부 남덕술 부장의 책상 위에 놓인 정비석 소설 '자유부인'에서 시작하는 연극은 2015년의 가상 온라인 동호회 '한국고고학회' 채팅창까지 이어지며 각종 무도(舞蹈-춤, 武道-폭력)를 무대 위로 소환한다. 그리스비극, 현대 조폭의 한국 정치사, TV뉴스 속 폭력 사건들이 '자유부인 신드롬'과 '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하며 정치 같은 치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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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외설과 예술, 윤리와 자유의 문제는 소설가 정비석(1911~1991)의 시대부터 그리스 비극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현재에 이르면 정치이념과 지역갈등 속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연극은 이를 통해 결국 '치정'은 불륜의 이면에 숨어 있는 '권력'에 다름 아님을 폭로한다. 극에서 춤의 계보와 폭력의 계보는 따로 흐르고 있으나, 두 계보를 통해 치정과 폭력으로 일그러진 권력 관계를 보여주며 현대 사회를 우화적으로 빗댄다.

연출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박상현은 한국 사회의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그려내는 작가 답게 1950년대 한국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자유부인'을 곳곳에 인용함과 동시에 능청스럽게 채팅용어를 사용하고, 박인수라는 이름의 인물을 등장시켜 가수 박인수의 '봄비'를 대사로 가져온다. 이러한 시대착오 기법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통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13명의 개성파 배우들이 극중 40개 이상의 배역을 소화하며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현란한 사교댄스가 눈길을 끈다. 무대 위에는 50년대 사교댄스 느낌을 배가시키기 위해 라이브 밴드가 올라가 직접 음악을 연주한다. '자유부인' 속 신춘호를 빗대 만든 배역인 신춘수와 그의 스승인 브루스 왕이 선두에서 춤의 계보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한편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2011 두산연강예술상, 2012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13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연극계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한 연출가 윤한솔이 맡았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