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결론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세계의 많은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자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판매량으로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이르면 내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스바겐, 값싸고 효율적인 배터리 없으면 테슬라 추월 어려워
폭스바겐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이 스웨덴 노스볼트 등 유럽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이들 기업이 ‘K배터리 소재’ 업체들에 상당히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2019년 첫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개발에 있어 대부분의 구형 자동차 업체들보다 더 앞서 있지만, 초기에는 작업의 규모와 복잡성을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또한 경력을 갖춘 배터리 엔지니어와 관리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배터리 비용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 배터리를 위해 개발 중인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현재 모델에 있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외부 회사에 의존하지만, 회사는 내년에 독일에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유럽의 4개 공장과 미국과 중국의 공장을 포함해 지금부터 2030년 사이에 더 많은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폭스바겐은 더 저렴하고 오래 지속되며 안정적인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배터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체 배터리 제조를 계획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자체 계획은 전체 전기차 투자 규모와 일치한다. 이 회사는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전기차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거의 30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는 다른 어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보다 많은 금액이다. 배터리 공장 비용을 제외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4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 부품사업의 최고경영자이자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이사회 멤버인 토마스 슈몰은 배터리 제조를 사내로 가져와야 할 필요성은 간단한 사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값의 약 50%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슈몰은 배터리 공급업체로부터 이러한 핵심 부품을 구입하는 것은 "과거에 엔진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처음부터 폭스바겐의 배터리 개발 노력이 테슬라를 모델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개척자인 테슬라는 조립과 도장, 차체 공장과 전지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운영되는 현장 배터리 생산을 포함하는 통합 공장에서 많은 구성 요소를 만든다.
폭스바겐은 이런 테슬라의 장점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8년 폭스바겐은 다임러의 전기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프랭크 블룸은 이제 전문가를 찾고 전문가 풀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설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한다. 블룸은 구성 요소 그룹의 새 직위 중 약 30%는 외부 후보자로 채웠다고 밝혔다.
● 배터리 제조 스스로 해야 전문가 될 수 있어
그는 폭스바겐의 자체 배터리 제조 열망에 대해 “스스로 해야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재 풀을 확장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독일의 이중 교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대학생들에게 회사에서 현장 교육을 제공하고 종종 졸업 후 일자리를 제공한다. 폭스바겐은 기계공학 학생들을 위해 수년 동안 이러한 교육을 제공했다.
분석가들은 폭스바겐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규모의 경제와 모든 모델에 단일 배터리 플랫폼의 개발을 통해 배터리 비용에서 테슬라를 따라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UBS 리서치에서 폭스바겐의 ID.3 전기차를 하나씩 분해한 결과, 폭스바겐의 배터리가 테슬라 배터리보다 자동차 한 대당 1300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미래 세대의 배터리가 테슬라 배터리보다 비용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한다.
폭스바겐의 벤치마크는 기술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는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약속했다.
슈몰은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이기기 따라잡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폭스바겐은 실리콘밸리 회사를 뛰어넘고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총알’이 필요하다.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퀀텀스케이프는 폭스바겐이 지분 55%를 소유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회사로 약 10년 전에 투자한 스타트업이다. 퀀텀스케이프는 고체 상태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며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대부분의 리튬 이온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액체 화학 물질보다 더 안정적이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 전고체 배터리 개발 퀀텀스케이프에 상당한 기대
퀀텀스케이프가 지난해 12월에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크기의 전고체 배터리 셀을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테스트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이론적으로 고체 전지는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일반 자동차에 휘발유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의 배터리 셀을 실험하기 위해 수천의 방전과 충전을 되풀이했다.
폭스바겐은 공매도 투자전문 스콜피온 리서치가 퀀텀스케이프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냈지만, 지난 3월 독일에 있는 자체 연구소에서 검증했다고 밝힌 후 성과에 대한 회사의 주장에 확신을 표명했다.
블룸은 폭스바겐이 퀀텀스케이프의 기술을 사용하여 전고체 배터리 셀을 위한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할지 여부를 올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은 “실험실에서 만든 작은 고체전지는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레이스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작동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유럽 배터리 업체, 국내 소부장 기업에 러브콜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바르타등 여러 유럽 업체와 배터리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노스볼트 등이 초기 배터리 공장에 주로 활용했던 중국 업체의 제품이 기술력 부족으로 일으키자 국내 업체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노스볼트는 독일 완성차 폭스바겐그룹이 지난 3월 개최한 배터리 전략 설명회 ‘파워데이’에서 향후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핵심 파트너로 지목한 곳이다.
지난달 국내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은 국내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 등을 비롯한 다수 업체을 방문해 제품 수급 상황과 성능 등을 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소재 기업을 찾은 이들은 향후 폭스바겐 차량에 들어갈 각형 배터리용 양극재의 수급 상황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4대 핵심 요소인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 분리막을 제조하는 SKIET, 전해액을 제조하는 엔켐, 솔브레인 등 생산 기업들이 모두 포진하고 있다.
유럽업체들이 국내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미국에 이어 유럽 각국도 정부가 주도해 배터리 공급망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신생 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자국 내 생태계가 조성이 되지 않은 상황으로 핵심 소재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업체들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기 때문이다.
특히 노스볼트는 배터리 공장 증설에 장비 업체를 적극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배터리 소재를 섞어주는 믹싱 공정,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엔 제일기공과 씨아이에스 장비를 적용 중이다.
현재 유럽에선 노스볼트를 비롯해 사프트, 프레위르, 브리티시볼트 등 여러 업체가 배터리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폭스바겐과 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터리 소재별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