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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퇴직행렬…디지털 전환에 떠밀린 은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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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퇴직행렬…디지털 전환에 떠밀린 은행원들

새해부터 KB국민·신한·하나 등 시중은행 희망 특별 퇴직 실시
15년 이상 근무자 및 40대 퇴직자도…퇴직규모 전년 2배 이상
디지털 중심의 인력 재편 목적…입지 좁아진 은행원들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신년을 맞아 시중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에 나선가운데, 은행권 희망 퇴직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은행이 인력 구조 재편을 위해 파격적인 퇴직금과 조건을 내걸면서 40대 은행원의 퇴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년 초 희망퇴직의 포문을 연 곳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다. 먼저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3년 이후 출생자 중 근속 15년 이상 직원이다. 4급 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 인력 중 1966년생, 근속 15년 이상 직원도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역시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직원과 예외인정 대상자를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이와 함께 1966년 하반기와 1967년에 출생한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 특별퇴직 신청도 받는다. 직급에 따라 27~36개월치 평균임금이, 1966년 하반기와 1967년 출생자에겐 25~31개월치 평균임금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및 전직지원금도 지급한다.

KB국민은행 노사 역시 지난 3일 임단협을 타결하며, 오는 6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1966~1971년생으로, 은행은 지난해와 같이 특별퇴직금 23~35개월치를 지급한다.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으로 최대 2800만 원, 3400만 원씩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28일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신청 대상은 1966년생부터 1980년생까지다. 이 중 1966년생은 월평균 임금 24개월치를 지급하며, 1967년 이후 출생자는 36개월치를 지급한다. 이밖에도 학자금은 최대 2800만 원, 재취업지원금은 최대 3300만 원씩 지급한다. 건강검진권과 여행상품권 등도 제공한다.

◆빨라지는 퇴직연령, 디지털 전환에 밀려나는 은행원들

문제는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규모가 점차 확대된다는 점이다. 현재 추산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SC제일·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무려 5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2020년(약 1700명)과 2021년(약 2200명)을 2~3배 이상 상회한다.

희망퇴직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하나·우리·제일은행은 희망퇴직 연령을 40대로 낮췄으며,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와 맞물려 직원의 70%가 퇴직을 결정했다. 특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나이와 직급에 제한을 두지 않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통상 희망퇴직이 경영상황이 악화될 때 실시된다는 점과 몇 년 사이 은행권은 역대급 호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희망 퇴직 확대는 다소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전환 흐름이 은행권 퇴직 흐름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올해 시중 4대은행의 조직개편을 살펴보면 디지털혁신부 등 디지털 관련 부서를 신설됐으며, IT 관련 외부인사가 영입됐다. 또한 기존 임원 중 다수가 교체됐다.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로 위기감을 느낀 은행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들은 연이은 호실적으로 가용 자본이 증가했지만, 올해 대출규제 등으로 이자 수익 악화 등이 예상된다. 이에 높은 수준의 퇴직금과 좋은 조건을 제시해 인력 구조와 조직을 개편하는 방향의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도 줄고 있고, 희망퇴직 연령대도 점점 빨라지는 게 보인다”며 “올해 희망 퇴직 조건이 좋은데다가 어차피 나갈 거라면 일찍 나가 새로운 기반을 다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