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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유령'이 온다"…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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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유령'이 온다"…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 고조

세계 경제 우크라사태로 휘청…에너지·곡물·원자재값 폭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경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후유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경제생활 정상화를 모색하던 글로벌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에너지, 곡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더해진 복합 위기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드리워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사태 속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12% 올랐다. 이제 미국과 세계가 1970년대 이은 ‘3차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원자재 수출국이다.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뒤 브렌트유가 배럴당 14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유가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S&P 글로벌 상품지수는 지난달부터 7일까지 사이에 30%가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고, 인상 폭도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 상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기 마련이고, 금리가 오르면 경제 활동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경기가 죽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 지난 1970년대에 미국에서 소비 위축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원투 펀치를 날렸던 것과 유사한 사태가 곧 올 수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유럽 국가들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수입의 40%, 원유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 지역 국가와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월가가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크리스천 켈러 이코노미니스트는 보고서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은 유럽이 미국보다 크고, 영국이 유럽과 미국의 중간 정도이며 중국이 가장 낮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기존 방침대로 오는 15,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증권회사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우스카와 토머스 사이먼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연준이 예정대로 3월부터 연속으로 7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가 오르면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이 0.6% 가량 떨어지고,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은 0.3%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의 유럽 국가에 대한 천연가스 수송선이 끊어지면 유로 지역 GDP가 1% 감소하고, 러시아산 원유의 유럽 공급이 완전히 차단되면 유로존 GDP가 2.2% 내려갈 것이라고 이 투자은행이 전망했다. 만약 하루에 430만 배럴에 달하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이 완전히 차단되면 글로벌 GDP가 3%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6%가 오르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대표적인 원유 수입국인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극심한 인플레이션 사태에 봉착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1973~1974년, 1978년, 2007~2008년 당시처럼 국제 유가가 두 배로 뛰고 난 뒤 경기 침체기에 빠졌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폴 도너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