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TEO'의 실험, 방송국 PD들이 OTT에서 날아다니는 이유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OTT] 'TEO'의 실험, 방송국 PD들이 OTT에서 날아다니는 이유

방송 일정·시청률 얽매이지 않는 제작환경…미디어 시장 변화 알리는 신호탄
'TEO'에서 만든 예능 '혜미리예채파'는 익숙한 포맷이지만,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OTT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TEO'에서 만든 예능 '혜미리예채파'는 익숙한 포맷이지만,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OTT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무한도전'을 성공시킨 스타 PD인 김태호 PD는 지난 2021년말 MBC에서 퇴사해 자신의 회사 'TEO'를 차린다. 이 회사에는 '더 지니어스', '대탈출'의 정종연 PD와 '놀라운 토요일'의 이태경 PD가 합류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이 회사는 OTT 업계에 조용한 태풍이 되기 시작했다.

'TEO'가 제작하는 콘텐츠들은 초창기에 김태호 PD의 화제성과 이효리의 스타성으로 자주 거론됐다. 지난해 직접 연출한 '서울 체크인'과 '캐나다 체크인'은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대신 이효리의 스타성과 그에 대비되는 소박한 인간미에 집중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줬다.

'서울 체크인'과 '캐나다 체크인'은 모두 tvN 방송과 함께 티빙이 OTT 독점으로 서비스하면서 티빙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일조했다. 김태호 PD와 CJ ENM의 관계는 이전에는 쉽게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었으나 이제는 꽤 자연스러워졌다.

이후 정종연, 이태경의 합류로 'TEO' 사단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TEO'식 예능이 시작됐다. 올해 'TEO'는 김태호 PD가 직접 연출한 '지구마불 세계여행'와 이태경 PD의 '혜미리예채파'를 공개했다. 모두 ENA 채널에서 방송됐으며 OTT는 티빙과 넷플릭스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들 두 프로그램은 연출자와 출연진이 다른 만큼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하나는 여행 유튜버들이 출연해 해외여행을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20대 여자 연예인 6명이 출연해 게임을 하고 밥을 해 먹는 프로그램이다.

단지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시청률은 1% 이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방송가에서 말하는 '실패한 프로그램'일까?

두 프로그램은 방송가의 절대 지표인 '시청률'만 제외한다면 꽤 괜찮은 결과를 거두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두 프로그램 모두 대한민국 시리즈 TOP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유튜브 조회수가 중요한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는 최대 100만회의 조회수까지 나오면서 성공한 방송 콘텐츠를 증명하고 있다. '혜미리예채파' 역시 ENA 유튜브 계정에서는 다른 클립 대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의 절대지표인 시청률을 제외한다면 이들 프로그램은 꽤 성공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상파나 종편, CJ ENM의 케이블 채널이 아닌 ENA 채널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비정상적인 성공을 거뒀을 뿐, 이 정도면 준수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김태호 PD는 MBC를 퇴사하면서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OTT의 등장과 급변하는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김태호 PD는 나름의 실험을 하고 있고 여기에 정종연 PD와 이태경 PD가 동참한 셈이다.

방송국의 방송 일정에 맞춰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김태호 PD뿐 아니라 OTT와 작업한 많은 PD들이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는 OTT가 앞으로 미디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무기가 되면서 방송의 위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방송은 결국 OTT와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협력은 실제로 MBC, SBS 등 방송사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TEO'의 실험은 방송과 OTT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TEO'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태호 PD는 이효리와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를 앞세운 '댄스가수 유랑단'을 준비하고 있고 정종연 PD는 'TEO' 이적 후 첫 예능은 '데블스 플랜'을 공개한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티빙과 tvN에서 공개되고 '데블스 플랜'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익숙한 듯 보이지만 방송 일정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정종연 PD는 '데블스 플랜'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뇌 서바이벌 예능을 하면서 놓쳤던 것들을 이번에 모두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력 있는 PD들이 OTT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이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