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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의 향방을 묻다…'한국현대미술방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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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의 향방을 묻다…'한국현대미술방법전'

선종선, layerd(層位), Acyilic on canvas, 80×180cm, 2023이미지 확대보기
선종선, layerd(層位), Acyilic on canvas, 80×180cm, 2023
1977년, 양화(洋畫) 주축의 무리 화가들이 ‘방법론으로서의 미술’을 주창하면서 ‘현대미술의 한 방법’을 모색 해온 지 반세기가 가까워진다. 문예부흥을 넘어 범람하던 서양문명과 신문물을 제대로 접하지도 못하고 정보에 차단당한 채, 70년대 초는 학자연한 관학파 류의 화풍이 견고하게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고답적 화론에 대한 아폴론적 문제의식이 제기되었고, ‘방법론으로서의 미술’이 한국에서 ‘사고하는 미술’의 서막을 예고하는 변곡점이 되었다. 어떤 대상을 주제화하고 주제를 대상화하든 둘은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계묘년 5월 4일(목)부터 17일(수)까지 전시되는 「한국현대미술방법전」의 오리지널 전시명은 「1977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방법작가회 초대전」이란 아날로그 냄새 진동하는 제목이다. 이번 전시회는 아트뮤제갤러리(ARTMUSEE gallery, 대표 문정희) 주최,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회장 선종선) 주관으로 이루어진다. 현대미술의 방법론을 들고나온 참여작가는 19명(강태웅 권혁조 김연훈 김학연 박준렬 백금남 백찬홍 선종선 안 온 안준희 양규준 양화정 오홍석 원정희 장남희 전태원 차수임 최 원 최익진) 이다.
안준희, Work 23-4, 53×72.7cm, Oil on canvas, 2023이미지 확대보기
안준희, Work 23-4, 53×72.7cm, Oil on canvas, 2023

양규준, 검은산수 2320, 60.6cm 정방형, Acrylic on canvas, 2023이미지 확대보기
양규준, 검은산수 2320, 60.6cm 정방형, Acrylic on canvas, 2023

양화정, 자연-생명의 빛, 90.9×72.7cm Acrylic on canvas, 실, 2023이미지 확대보기
양화정, 자연-생명의 빛, 90.9×72.7cm Acrylic on canvas, 실, 2023


한국현대미술사를 이끌어온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의 전시는 현대미술의 대표 작품과의 재회를 의미한다. 20세기부터 이어져 온 한국미술계의 뿌리와도 같은 한국미술작가의 삶과 정신을 느낄 소중한 기회이다, 방법회는 1970년대 회화의 획일화, 권위화에 반발했던 대학 졸업 청년 작가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는 기존 미술계의 패권주의와 개인적 성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전시는 긴 세월 새로운 형태로 작가 발굴과 건전한 미술운동으로 한국미술계를 견인해왔음을 입증하는 전시회이다.

1977년부터 연례 전시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1986년, 1987년, 1989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8년, 2010년, 2011년, 2013년, 2015년, 2017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해당하는 16년을 건너뛰었다. 전시장소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14회), 성남아트센터(3회), 종로갤러리(2회), 디자인 포장센터, 국립중앙도서관, 조형갤러리, 세종 문화회관, 인사 아트프라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거쳤으며, 지방 전시는 영월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마산3.15아트센터 강릉미술관에서, 해외 전시회는 파리·도쿄·빈에서 있었다.
장남희, Moonlight Fantasy, 60×6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3이미지 확대보기
장남희, Moonlight Fantasy, 60×6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3

강태웅, Movement 22177,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22이미지 확대보기
강태웅, Movement 22177,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22

안  온, 기억의 색, 2022-5, 90.9×72.7cm 면에 염료, 2022이미지 확대보기
안 온, 기억의 색, 2022-5, 90.9×72.7cm 면에 염료, 2022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는 ‘방법전’(1977년~1996년), ‘방법작가회의전’(1997~2012), ‘한국현대미술방법전’(2014~2023)에 이르는 작은 변화를 구사한다. 시대 조망이나 국제교류를 통해 한국현대미술방법을 고민하던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는 2018년 한국현대미술방법전 40주년을 기념하며 성남아트센터에서 ‘성찰과 쇄신의 지점에 서다’라는 주제로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회 회원들은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 왜 그리는지 어떻게 그리는지에 대한 방법론이 갖추어진 자만이 제대로 된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 선종선 회장은 “방법론적이란 작가가 종국적으로 지향하는 그 무엇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시도하는 접근방식으로서의 왜, 어떻게의 논리가 얼마나 치밀한 구조로 자기동일성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과정이다. 목적으로서의 내용과 방법으로서의 형식이 수미일체의 논리구조로 필요충분한 조건으로 맞물려있는가가 예술의 전일함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무엇을 완성하기 위한 관습적 접근을 경계하고 주제에 직핍(直逼)하기 위해 작가가 예술윤리에 합당한 논리가 담보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방법론으로서의 미술」이란 개념이 개인적 미학 창발(創發) 탓으로 다소 약화 되었지만, 작가 개인의 내밀한 화론은 주제의 대상화에 이르기 위해 나름의 데카르트적 회의를 한 방법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트뮤제갤러리 문정희 대표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한국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던 작가들의 자긍심 가득한 열정과 예술가적 환희와 고뇌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이며, 예술성 높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라고 밝힌다.
권혁조, 소리(sound) 21-4, 60×60cm, Watercolour on hanji, 2021이미지 확대보기
권혁조, 소리(sound) 21-4, 60×60cm, Watercolour on hanji, 2021

김학연, 기념촬영, 80×40cm, Photography, 2021이미지 확대보기
김학연, 기념촬영, 80×40cm, Photography, 2021

백금남, recollection, 35×50cm, CG pigment print, 2021이미지 확대보기
백금남, recollection, 35×50cm, CG pigment print, 2021


분주한 현대의 한가운데 살아 숨 쉬는 아트뮤제에서의 전시는 전통과 혁신, 예술적인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 개인의 경험과 보편적 문제 등 다양한 주제와 그림 언어로 한국현대미술사를 조망할 수 있다. 중장년 작가가 된 방법회 회원들이 매년 개최하는 이 전시는 끊임없이 경계하며 방법적 회의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세계를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기회이다. 아쉬운 것은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 회원들이 도시의 지배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열정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시작들은 치열한 세월의 흔적을 낭만성으로 지우거나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존재성을 드러내는 창의성을 보인다. 고른 편차의 작품들은 새로운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면서 자신의 작업을 살짝 비트는 창의성을 보인다. 직접 전시장을 찾지 않으면 느낌을 공유할 수 없는 작품과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인다. 추상의 심화, 소리의 시각화, 사진 작업의 회화화, 동양화와의 경계허물기, 기기적 추상, 자연의 기호화 등의 방법들이 전시의 주제에 밀착되는 모습을 보인다.
최  원, Program system 2021-Noise, 91.0×116.8cm, Oil on Canvas,  2021이미지 확대보기
최 원, Program system 2021-Noise, 91.0×116.8cm, Oil on Canvas, 2021

최익진, 낙원도(Paradise picturesque), 100.1×80.2cm, 석회에 목탄 수비안료 식물유, 거울, 유리에 잉크 스크래치, 홀로그램스티커 콜라주, 2020이미지 확대보기
최익진, 낙원도(Paradise picturesque), 100.1×80.2cm, 석회에 목탄 수비안료 식물유, 거울, 유리에 잉크 스크래치, 홀로그램스티커 콜라주, 2020

전태원, 흐르는 빛(Light on flowing river)1911, 91×73cm, Acrylic, Paper on Canvas, 2019이미지 확대보기
전태원, 흐르는 빛(Light on flowing river)1911, 91×73cm, Acrylic, Paper on Canvas, 2019

원정희, control point, 90×60cm, Etching aquatint, 2003이미지 확대보기
원정희, control point, 90×60cm, Etching aquatint, 2003


2023년 「한국현대미술방법전」에 전시한 작품들은 비속함의 당당함, 뻔뻔한 자기주장의 합리화, 과한 현실참여, 이데올로기의 노골적 표출,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 발랄한 현실 향유, 현대적 표현주의 즐기기, 유쾌한 현실풍자 등과 같은 작품이 배제된 경건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평화로운 평일의 예배당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가운 경전으로 뜨거운 가슴을 녹이는 고수들의 전시회는 비만보다는 날씬한 몸매를 선택한 것과 같은 교훈적이며 모범적 전시회로 기억될 것 같다.
선종선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선종선 한국현대미술방법작가회장


◌ 전시장소 : 아트뮤제갤러리(ARTMUSEE Gallery)[서울 강남구 대치동 909-3 진영빌딩 지하1층]

◌ 전시기간 : 2023년 5월 4일(목)~5월 17일(수), 평일 10:00~19:00, 주말 10:30~18:00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