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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투자 중단에 소외되는 썩는 플라스틱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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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투자 중단에 소외되는 썩는 플라스틱 시장

LX인터, PBAT 회사 에코밴스 투자 철회
SKC, 에코밴스 지분 취득 예정일 90일 미뤄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2025년 35조원 규모
높은 성장성 불구 韓, 규제 많고 인프라 없어

자원순환의 날이었던 지난 9월 6일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가득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입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자원순환의 날이었던 지난 9월 6일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가득 쌓인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입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SKC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아디프텔레프탈레이트(PBAT)를 생산·판매하는 회사 에코밴스에 대한 지분 취득 예정일을 미뤘다. 기존 사업에 참여했던 LX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철회하면서다. 이들이 함께 추진하기로 했던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3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 철회로 인해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 활성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에 막혀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합작 자회사 에코밴스에 대한 지분 취득 예정일을 내년 2월에서 5월로 3개월가량 연기했다. 에코밴스는 지난 2021년 SKC, 대상, LX인터내셔널이 합작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LX인터내셔널이 얼마 전 합작 투자에서 발을 뺐다. 이에 SKC가 지분 취득 예정일을 뒤로 미룬 것이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해외로의 사업 조건 변경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 공장은 기존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각종 규제에 막혀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LX인터내셔널이 사업을 철회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LG화학, 포스코인터내셔널, SKC 등이다. LG화학은 PBAT를 비롯해 폴리락틱산(PL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충남 대산공장에서 석유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 플라스틱 PBAT를 시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PLA 개발을 마치고 상업화 단계에 돌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네덜란드 토탈에너지스 콜비온, 한국의 이솔산업과 함께 PLA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SKC는 에코밴스를 비롯해 PBAT 사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PBAT는 석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봉투, 쇼핑백,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에 사용된다. PLA는 옥수수·사탕수수 등 바이오 기반 소재로 만들어지며 녹는 수술용 실이나 임시 치아와 같은 의료용 소재에 주로 쓰인다.

각기 예측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고성장이 예고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20년 104억6200만 달러(약 13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21.7%씩 성장해 2025년에 279억1000만 달러(약 3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2025년 2억9430만 달러(약 3866억원)에 도달해 세계 시장의 약 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전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환경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은 큰 잠재 성장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정부 정책 등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오히려 정책을 바꾸며 발전을 막고 있다. 지난해 11월 친환경 인증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그린 워싱(위장 친환경)이라고 보고 환경표지인증(친환경 인증)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PBAT에 관한 규제가 많다. 예를 들면 편의점에 있는 봉투도 생분해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법적인 규제 때문에 시장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환경부 정책에 따라간다. 근데 사업 발전을 위해 좋은 쪽으로 협의하는 중간 협의체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