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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미 선거 열쇠 쥔 '더블 헤이터'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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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한·미 선거 열쇠 쥔 '더블 헤이터' 유권자

미 대선은 덜 싫은 후보 고르기, 한국에도 이중 혐오 유권자층 상존

올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대결한다. 두 후보가 각각 81세와 77세의 고령인데다 이미 대통령 ‘경력자’여서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바이든도 싫고, 트럼프도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이중 혐오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선거가 ‘덜 싫어하는 사람 고르기’라고 진단했다. USA투데이는 “불만이 가득한 유권자 그룹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선거는 지지 유권자 투표장 끌어내기 싸움이다. 투표율이 줄잡아 50~60%에 그치기에 누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런 이유로 경제 상황과 함께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의 인종, 나이, 성별, 학력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6년 ‘사커 맘’, 2004년 ‘나스카 (NASCAR) 아빠’, 2012년 ‘월마트 맘’, 2016년 ‘부머 할머니’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이중 혐오자’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와 비교할 때 이번에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 싫다는 유권자는 부쩍 늘었다. 최근 2∼3월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싫다는 응답자의 비율 17∼24%에 달했다. CNN 조사를 기준으로 두 후보가 1차로 맞붙었던 2020년 대선에서는 이 비율이 약 5% 안팎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밋 롬니 전 상원의원이 대결한 2012년 대선에서3%에 그쳤다. 다만,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대결한 2016년 대선에서는 이 비율이 18%로 치솟았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역대급으로 낮다. NYT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0월 당시에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그룹에서 바이든에 대한 호감도는 53%였다가 이번에는 41%로 낮아졌다.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는 현재 44%가량이다.

바이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줄곧 트럼프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에게 희망이 있다면 이중 혐오 유권자층에서 트럼프보다는 조금 앞서간다는 점이다. NYT와 시에나 대학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두 후보가 다 싫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9%에 달했다. 이들에게 굳이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하니 바이든이 45%, 트럼프가 33%로 나타났다. 둘 다 싫지만, 트럼프가 더 싫다는 유권자가 이 정도 비율로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중 혐오 유권자층에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를 위해 어느 후보가 더 나을 것 같냐고 이들에게 물으면 다른 유권자층과 비슷하게 트럼프를 더 많이 꼽는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출구 조사를 해보면 투표 결정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경제 문제다. 그러니 이중 혐오 유권자들이 둘 다 싫지만, 경제를 생각해서 트럼프를 고를 수 있다.

이중 혐오 유권자의 선택은 세 가지다. 한 표를 던지고 싶은 후보가 없으니 아예 기권할 수 있다. 아니면 제3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게 투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과 트럼프 중 조금이라도 덜 싫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이중 혐오 유권자층의 부상은 한국 총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유권자 중에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자와 총선 후보가 모두 싫은 유권자들이 상당수 있다. 이 틈새를 노리고 제3 지대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이중 혐오 유권자가 이번에 얼마든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