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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4)] 지방조직, 노화된 신체의 재생을 위한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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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4)] 지방조직, 노화된 신체의 재생을 위한 열쇠

지방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안전하게 채취할 수 있다. 특히 지방조직에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조직 재생에 유용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방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안전하게 채취할 수 있다. 특히 지방조직에는 줄기세포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조직 재생에 유용하다. 사진=로이터
지방조직은 인체에서 가장 쉽고 안전하게 얻을 수 있는 조직이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신선한 상태로 얻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지방흡입 수술이 성행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지방조직이 신선하게 배출되고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지방조직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지방을 단순한 기름 즉, 액체로만 여겨왔으며 이로 인해 1990년대까지 지방주사 이식 수술은 이상하고 위험한 시술로 간주됐다.

줄기세포 치료와 무생물인 조직을 함께 언급하는 이유는 명확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 내는 조직을 미리 확보하면 세포가 해야 할 일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 만약 최종목표가 기능 조직을 구성하는 장기라면 그 완성도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곳에 세포가 투여되면 그 조직의 영향으로 인해 세포의 분화가 결정되고 원래의 장기를 유사하게 재생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장기 재생을 목표로 하는 줄기세포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정맥으로 투여해 근처에 새로운 장기를 만들도록 하는 혈류 투입 방식에서는 활용이 불가능하지만 국소적으로 주사하거나 수술을 거치는 이식 과정이 포함된다면 단순히 세포만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조직 공학치료라는 분야가 생겨나게 됐다. 이제는 줄기세포 치료를 말하면서 조직 공학을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낯설게 느껴진다.

이 중 여러 조직의 모든 특징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지방조직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안타까울 일이다. 애초에 갖는 기공도(porosity) 즉,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은 비율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유리하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지방조직을 재생할 수도 있고 기공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공하면 근육, 혈관, 피부, 신경 등 다양한 조직을 모방해 낼 수 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빈 공간을 잘 만드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것처럼 물질 사이 사이에 공간을 생성하기 위한 연구가 바로 조직공학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조직은 원초적인 장점을 지닌다.
지방조직을 이해하고 줄기세포를 어떻게 융합할지, 말하는 과정은 상당한 분량의 지식을 요구하지만 이를 간략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지방조직은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콜라겐이 서로 얽혀 있는 망상 구조 사이 사이에 지방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방 세포들은 일반 세포보다 수백~수천 배 크고 중성 지질인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로 채워져 있다.

지방은 갈색 지방세포와 백색지방세포로 구분되는데 갈색 지방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하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백색 지방세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조물로서의 지방을 말한다.

지질에는 다른 동물에 비해 대사되지 않은 황색 카로텐(carotene)을 포함하고 있어 노랗게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방에 대한 지식은 보통 여기까지다.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것은 지방조직에 함유된 세포들이 줄기세포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방 조직의 중요성이 지방 줄기세포와 혼돈되어 받아들여 지기도 한다.

지방조직은 세포를 뺀 나머지 부분으로 세포와는 별개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포외기질(ECM; extracellular matrix)이란 단어가 중요하다. ECM은 글자 그대로 지방조직에서 세포를 빼고 남는 것을 말한다. 지방세포가 제거되므로 대부분의 성분인 기름기도 제외된다.

지방은 '기름'이란 뜻인데 지방에서 기름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의아해할 수 있다. 바로 상당량의 무세포 조직이 남는다.

이러한 특성은 필자가 2003년부터 연구한 지방 조직을 각국에서 특허로 등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했다. 특허 심사관이 기름에서 어떻게 기름을 제거하느냐, 그러면 뭐가 남느냐며 등록을 거부해 해명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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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론 모든 국가에서 똑같은 질문을 하며 특허 등록을 거절했는데 미국에서는 특허청과의 7년 간 소송 끝에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기름과 세포를 뺀 지방 조직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특허청의 입장에서는 의아했을 것이다.

동물 지방 조직에서 조직의 손상 없이 기계적 수단으로 기름을 제거한 원료를 특허 등록해 그동안 많은 연구 활동을 했지만 아쉽게도 인체 지방 원료를 얻는 과정은 의료폐기물관리법의 소관사항이다 보니 활성화 되지 않았다.

인체 태반은 일본의 선례에 비추어 재활용 가능성을 인정받아 재생이 가능하도록 허가된 반면 인체 지방은 미용목적의 지방 흡입으로부터 발생하는 깨끗한 폐기물임에도 불구하고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5년에는 국가적 규제 개혁 우선 과제로 선정되었지만 진전된 것은 없다. 환경부가 지방조직 공학을 모르는 것은 대수로운 것은 아니지만 바이오 분야에서 드문 한국의 고유한 기술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없이 공유화 될 형편이다. 국책과제로 사용한 돈이 수백억 원이 넘는데도 규제 개혁은 별개의 논리가 적용되니 유감스러울 뿐이다.

지방조직을 가공하려면 우선 그 많은 기름을 제거하는 일이 관건이다. 세포 안에 머금은 기름은 세포가 파괴되어야 밖으로 나오는데 지방 조직 내부의 작은 방들인 셀룰라이트(cellulites)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셀룰라이트를 열더라도 수많은 방들을 모두 열기 어렵고 설사 기름이 온전히 배출되었어도 가는 섬유로 된 망상 조직들에 묻은 것들은 마치 천에 기름이 밴 것과 같아서 분리하기 쉽지 않다.

비누 같은 계면활성제를 쓰자니 계면활성제를 제거하는 것이 문제다. 유기 용매를 쓰자니 유기 용매 찌꺼기 제거도 어렵지만 소중한 단백질들이 변성되어 가치를 폭락시키고 만다.

고속 분쇄기를 사용하면 물과 기름이 유화되어 층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분쇄된 조직들이 미처 유화물로부터 분리되지 않아 떠있게 되는데 아무리 원심분리를 해도 한 번 뜨게 된 조직들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다.

제조 공정 중의 박테리아 오염과 화학 물질의 오염들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체내에서 나온 지방을 담는 용기는 보통은 폐기용 용기 이므로 제조 과장에서 오염 가능성이 높으며 온갖 물질들이 묻혀서 온다.

씻는다고 물질들이 제거되지 않을 것은 명백하다. 자체 기름도 제거하기 힘든데 정체가 불분명한 화학물질 제거 또한 어렵다. 중간 오염 물질 중에 박테리아가 있다면 어느정도 까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최종 공정에서 소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초기 공정에서 멸균 이전 상온 공정을 길게 끌면 대장균이 번식하여 결국 엔도톡신(lipo poly saccharide)을 남기게 되어 의료 소재로 사용하기 힘들게 된다.

물론 감마선 처리를 소독과정으로 선택하면 약간은 분해시킬 수 있으나 완전 제거를 시도하면 소중한 단백질들도 같이 분해되므로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지방 조직을 활용하는 과정을 어렵게 표현해 보니 불가능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극복해야 할 '허들'이 많을수록 완성된 기술의 가치는 상승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가울만한 상황이다. 이 해결책들은 모두 원천 기술로서 기록될 것이며 지금이라도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환자든, 연구자든 손해볼 일이 없는 일이어서 규제가 해제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지방 조직을 무릎 관절에 넣으면 환상에 가까운 효과를 얻는다. 기름을 90% 정도 제거하고 남는 성분은 마치 땅콩 버터 같아 보이는 ECM과 기름 그리고 분쇄 과정 중 ECM을 쥐어짜서 나온 엄청난 분량의 사이토카인과 세포 분비물들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필자가 2009년 APS논문에 발표한 것처럼 완전히 망가졌을 것 같은 줄기세포들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다. 분쇄에 사용하는 칼날은 두개의 가위날이 적당히 회전하면서 조직을 절단하는 데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이 0.1mm 즉 100미크론 정도로 줄기세포 직경의 10배 정도이므로 오렌지 주스를 만들기 위한 과립보다 10배 큰 간격인 3cm정도의 간격의 분쇄 날을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

물론 대부분의 오렌지 알들은 파괴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알갱이 과립들은 남아있는 것과 같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마찰면이 닳아 없어지고 까칠한 뼈끼리 마주쳐 통증을 일으킨다. 이 때 기름이 대부분 제거된 곤죽과 같이 된 지방 분쇄물은 아직 남아 있는 기름 성분으로 관절액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윤활제와 마치 바나나 껍질이 신발 바닥골을 메워 미끄러지듯 까칠한 골 틈새를 메워주는 ECM, 그리고 딱 달라 붙은 ECM 사이사이의 줄기세포들이 연골로 분화하여 다시 관절이 재생되는 기전, 그 사이 ECM은 수 년에 걸쳐 서서히 흡수되지만 이 때 방출하는 각종 사이토카인과 엑소좀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증상이 심한 3~4단계의 환자가 시술 후 갑자기 일어나 걷는 모습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필자가 3년 전에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했을 때 연구단계 기술로 간주돼 거부됐으나 미국의 사례가 누적된 지금은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술은 계속 개발된다. 그러나 이중 좋은 시술을 구분할 객관적이고 유능한 인력이 규제 평가 단계에 존재하면 신속하게 인정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사술 취급을 받는 현 상황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

정말 말도 안되는 시술들이 버젓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신 의료 기술에 대한 평가는 신중할 수 밖에 없겠지만 전문 평가자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 준다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지방조직을 관절에 사용되는 것부터 허용이 되어야 그 다음 단계도 가능하다. 지방 이식 수술 최다 국가로서 지방 조직과 줄기세포를 함께 활용하는 질병치료를 통해 노화된 신체의 재생에서 많은 혜택을 얻기를 고대한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