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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현대마린 쪼개기 상장...LG화학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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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현대마린 쪼개기 상장...LG화학 데자뷰?

계열사 IPO, 모회사 가치제고 역행...승계 위한 상장 지적도
LG화학 지분가치 71조...시총은 26조 불과

최근 HD현대 주가(사진) 급락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탓도 있지만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사진=한국거래소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HD현대 주가(사진) 급락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탓도 있지만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사진=한국거래소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모회사인 HD현대 주가가 급락했다. '쪼개기' 상장이 HD현대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 탓이다. 이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과 유사하다. 현재 LG화학 시가총액은 상장사 지분가치를 현저히 밑돌고 있다. HD현대도 같은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25~2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HD현대마린은 지난 16~2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모가 상단인 8만3400원을 상회하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최대주주는 HD현대(2480만주)이며 2대주주는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1520만주)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주 445만주를 발행한다. KKR은 보유한 지분 중 445만주를 내놓으면서 총 890만주를 공모한다.

대규모 구주매출(KKR)에도 수요예측에서 흥행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쪼개기’ 상장으로 향후 HD현대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다. 카카오는 문어발 확장에 이어 다수 계열사들을 상장하면서 논란이 됐다. 다만, 카카오 상장 계열사들은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 시가총액은 카카오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를 상회하고 있다.

오히려 적절한 비교대상은 LG화학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 돼 지난 2022년 1월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물적분할 당시에도 쪼개기 상장 논란과 LG화학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LG화학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는 70조8600억원이다. 이날 LG화학 시가총액은 26조2600억원에 불과했다. 지분가치가 시가총액에 3분의 1 수준밖에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가치 미반영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줄곧 지속돼 왔다. 자회사 상장으로 재평가를 받아 모회사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HD현대의 상장사 지분가치는 4조6500억원이다. 이날 시가총액은 5조1100억원으로 지분가치를 상회했다.

그러나 최근 HD현대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LG화학 주가가 급락한 사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중상장 등으로 투자 집중도가 분산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는 셈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후 HD현대 주가가 하락하거나 HD현대 시가총액이 보유한 지분가치 대비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승계 논란도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5.26%를 보유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IPO 이후 HD현대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없다.

한편, HD현대마린솔루션은 그간 고배당 기조를 이어왔다. IPO에 나서면서 50%가 넘는 배당성향을 확약하기도 했다. 상장 이후 HD현대로 들어가는 배당규모가 확대되는 셈이다.

HD현대도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HD현대 가치가 더 낮아진다면 정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지분을 늘려갈 수 있게 된다.

자회사 IPO가 모회사 기업가치에 무조건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지주 사례를 간과할 수 없다. 쪼개기 상장이 아닌 흡수통합이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KKR의 엑시트를 위해 IPO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군가는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공모주는 상장 초기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1~3개월 후 공모가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상장 당시 시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공모주 시장은 대부분 과열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오버행 이슈가 없지만 HD현대마린솔루션은 KKR 지분 오버행 이슈가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