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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는 중기·개인사업자 늘어… 은행 대출 옥석가리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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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는 중기·개인사업자 늘어… 은행 대출 옥석가리기 강화

내수 회복 지연에…연체율 1년 새 0.14%P 나빠져
고환율에 건전성 관리 나선 은행권도 '난감'
중기 대출 3개월 새 1조 '뚝'…"선제적으로 부실 줄이기"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이 폐업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이 폐업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황과 소비부진이 장기화되고 고금리에 짓눌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관세전쟁, 정치 불확실성 등 대내외 환경 불안이 겹치자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위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대출 문은 ‘바늘구멍’이 됐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포함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0.50%로, 전년동기(0.36%) 대비 0.14%포인트(P) 나빠졌다.

개인사업자 대출만 놓고 보면 연체율 평균은 0.51% 수준으로, 1년 전(0.4%) 대비 0.11%포인트(P) 높아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관련 대출 연체율이 크게 늘었던 지난해 1분기보다도 높아진 수준이다.

중기와 개인사업자 대출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난 배경에는 지연되는 내수 회복이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 부진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로 채무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2025년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장기간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0.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소비와 투자의 내수 불황이 장기화했다’는 근거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 취급마저 줄었다. 4대 은행이 3월 말까지 취급한 중기(소호 포함) 원화대출 잔액 합계는 540조7312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0.24%(1조2779억 원) 줄었다. 이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감소 폭은 각각 5.70%, 1.03%에 달한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기·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4대 은행의 전체 대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3월 말 기준 0.29~0.40%로, 전년 말 0.23~0.32%에서 크게 나빠졌다. NPL 잔액도 같은 기간 22.1%(8737억 원) 증가한 4조8223억 원에 달한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발 관세전쟁과 최근까지의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RWA 관리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환율이 상승하면 RWA가 증가하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하방 압력을 가하므로 은행들이 최근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차질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3월 원·달러환율 월별 평균(매매기준)가는 각 1455.79원, 1445.56원, 1456.95원이다. 전년 동기(1323.57원, 1331.74원, 1330.69원)와 비교해 113.82~132.22 크게 올라온 수준이다.

은행권이 연체율과 NPL비율 관리에 관심을 쏟으면서 중기와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 가려받기’도 심화할 전망이다. KB금융 측은 지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건전성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부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에 중기와 개인사업자 위주 26조원 규모 금융지원책의 은행권 동시 시행으로 이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주요 은행들은 ‘햇살론 119’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연체에 문제없는 폐업 예정 차주, 기폐업자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