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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료 끊었냐” 마지막 물음…에어인디아 참사 원인 '조종실 혼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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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연료 끊었냐” 마지막 물음…에어인디아 참사 원인 '조종실 혼란' 가능성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한 교회에서 아마다바드 공항 이륙 중 추락한 에어인디아 보잉 787-8 드림라이너 여객기 희생 승무원들을 추모하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의 한 교회에서 아마다바드 공항 이륙 중 추락한 에어인디아 보잉 787-8 드림라이너 여객기 희생 승무원들을 추모하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에어인디아 보잉 787 여객기 추락 사고를 조사 중인 인도 당국이 예비 보고서를 통해 조종실 내 혼란과 연료 차단 스위치 오작동 가능성을 지적했다. 인도 역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된 이 사고는 26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지난달 12일 인도 아마다바드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한 에어인디아 여객기 사고에 대해 “이륙 직후 엔진 연료 차단 스위치가 거의 동시에 ‘차단’ 상태로 전환되며 두 엔진 모두 연료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AAIB는 보고서에서 사고 여객기의 조종사 간에 실제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왜 연료를 끊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장면이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 녹음돼 있었다는 것이다. 단, 이 대화가 기장과 부기장 중 누가 했는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위급 상황일때 사용하는 국제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호출도 누구의 음성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기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로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륙 직후 650피트(약 200m)까지 고도를 올린 뒤 급강하하며 공장 건물과 충돌했다. 탑승객 242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1명뿐이며 지상에서도 19명이 숨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직후 양쪽 엔진의 연료 스위치가 '차단'으로 전환된 흔적이 있었으나 추락 지점에서는 다시 '작동' 상태로 발견됐다. 두 엔진 모두 추락 직전에 재점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기장 수밋 사바르왈은 총 비행경력 1만5638시간의 베테랑으로 에어인디아 소속 조종사 교관이기도 했다. 부기장 클라이브 쿤더 역시 3403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경력 측면에서는 큰 결격이 없었다는 평가다.

미국 항공안전 전문가인 앤서니 브릭하우스는 “조종사가 실수로 스위치를 잘못 조작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말 사람이 움직였다면 왜 그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존 낸스는 “두 스위치가 1초 간격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누군가가 하나를 조작하고 이어서 나머지를 손댄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연료 스위치는 일반적으로 엔진 화재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조작되며 이륙 직후에 이를 끄는 일은 통상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진다.

이번 사고는 지난 2022년 에어인디아를 인수한 타타그룹이 추진해온 항공사 이미지 쇄신 작업에도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에어인디아는 사고 보고서에 대해 “인도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며 현재로선 추가 언급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에어인디아는 이 사고 외에도 최근 유지·보수와 관련된 문제로 유럽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예산항공사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가 에어버스 A320 항공기의 엔진 부품을 제때 교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류까지 위조했다는 로이터 보도 이후 자체 조사를 예고했다.

인도 정부는 항공산업을 자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으며 뉴델리는 두바이처럼 글로벌 항공 중심지를 목표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