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반·컨설트 등 캐나다 하청업체들, 한국계 기업 상대 수백만 달러 소송 잇따라
150억 달러 정부 지원 무색… 부실 관리·현지 고용 배제 논란에 사회적 파장 커져
150억 달러 정부 지원 무색… 부실 관리·현지 고용 배제 논란에 사회적 파장 커져

건설 전문 게저 반파이 변호사는 "윈저 넥스트스타 공장처럼 복잡한 사업에서 기업 간 소송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며, 지금까지 나온 소송 내용도 건설 업계에서는 상당히 표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업체의 설명은 다르다. 실반 캐나다(Sylvan Canada)의 에릭 패런 운영 부사장은 "이번 일은 규모 면에서도, 협력 관계의 완전한 붕괴 측면에서도 정말 이례적"이라고 단언했다. 실반은 지난 7월 초, 한국 기업 지모디스(GModis)와 정광호 대표를 상대로 4500만 달러(약 626억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소장에서 실반은 지모디스가 현장 안전을 위협하고 값비싼 실수를 유발하는 등 "터무니없는" 부실 관리를 했고, 이 때문에 사업에서 갑자기 퇴출당하고 직원 약 200명을 해고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실반 측은 "원청 주도로 정보가 부족한 채 입찰에 참여해야 했다"고 주장하며, 지모디스의 정광호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온타리오주 엔지니어링 면허 없이 업무를 수행해 사업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또 지모디스의 부실한 문서 관리와 일정 조정으로 현장에 혼란이 커졌고, 온타리오주 면허를 가진 전문 엔지니어의 날인 없는 설계 도면이 나오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지역 업체인 알브이알 콘크리트(RVR Concrete Inc.) 역시 토론토의 지아이피 페이빙(GIP Paving Inc.)을 상대로 미지급금 1160만 달러(약 161억 원)와 손해배상금 2400만 달러(약 334억 원)를 요구했다. 알브이알의 앤드루 콜라우티 변호사는 "지아이피 측이 추운 날씨에도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을 지시했고, 뒤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보수 비용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알브이알의 마리오 리부르디 사장은 성명에서 "수백만 달러 가치의 일을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 대금 분쟁, 韓 기업 회계 위기로까지 번져
한편, 지난 6월 10일에는 한국의 이차전지 장비 업체 제일엠앤에스의 캐나다 법인인 제일엠앤에스 캐나다(Jeil M&S Canada Inc.)가 넥스트스타를 상대로 5269만 183달러(약 733억 4473만 원)에 이르는 건설 유치권을 설정했다. 이 금액은 현재까지 설정된 유치권 중 최대 규모다. 제일엠앤에스 측은 2억 5000만 달러(약 3480억 원) 상당의 계약금 중 일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넥스트스타는 이에 "근거 없고, 지나치게 부풀려진 청구"라고 일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금 미지급 사태는 제일엠앤에스에 곧바로 회계 위기로 번졌다. 회사는 캐나다 사업의 미수 채권을 대손상각(손실 처리)해야만 했고, 이 여파로 상장 유지조차 위태로워졌다. 여기에 매출 인식 기준을 기존 진행률에서 인도 기준으로 바꾼 점도 유동성 악화에 한몫했다.
◇ '빨리빨리' 공사, 예견된 갈등이었나
이런 갈등의 배경에 대해 게저 반파이 변호사는 "이 사업이 상당한 일정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변경, 지연, 하도급 업체의 이행 실패 등 필연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각 당사자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예상치 못한 비용의 책임을 남에게 넘기려는 합리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계약 구조, 잦은 설계 변경, 촉박한 일정, 그리고 북미와 아시아 업체 사이의 시공 문화 차이 등을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이 사안은 단순한 공사대금 분쟁을 넘어, 막대한 공적 자금이 들어간 사업의 투명성과 정부 지원금 활용의 정당성, 현지 고용 창출 약속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장 터가 윈저시 소유여서 유치권 소송에 시 당국도 초기 피고로 이름을 올렸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유치권이 법원에 공탁금이 납부되며 해제됐다.
넥스트스타는 성명에서 "우리가 당사자가 아닌 법적 문제에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공장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정부 지원에 매우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회사와 협력업체들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있으며, 셀 생산은 예정대로 올해 말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모디스와 정광호 대표는 CBC 뉴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