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암호화폐 천국' 선언에 전 세계 '멘붕'...20조 달러 불법자금 유통 수단 우려

미국이 암호화폐 친화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불법 자금 유통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법안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로고프 교수는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우리의 달러, 당신의 문제, 글로벌 금융의 격동의 70년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내부자의 견해"의 저자다. 그는 기고문에서 "미국이 공식 승인 도장을 찍어줌으로써 잠재적으로 전 세계에서 탈세와 온갖 불법 활동을 부추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내세운 이번 법안의 목표는ㅜ마치 서부영화 속 무법지대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 질서를 잡기 위한 명확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및 연방 보험 은행 예금을 포함해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거의 완전히 뒷받침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달러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최소 2조 달러(약 2779조 원) 상당의 재무부 수요를 만들어내 약 1년 분량의 예산 적자를 메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로 일대일 바꿀 수 있는 암호화폐로, 현재 4조 달러(약 5558조 원) 규모 암호화폐 시장의 10% 미만을 차지한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일단 세상에 나오면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의 토큰이며 지폐처럼 거의 익명으로 주인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모든 것은 공개 정보이지만 암호화폐 지갑은 가명으로 가질 수 있으며, 수십 개의 지갑을 가질 수 있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 지갑은 규제가 느슨한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될 뿐만 아니라 규제받지 않는 기관이 미국 밖에서 발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수사관들이 종종 암호화폐 지갑의 실제 소유자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지만, 중대한 테러 사건이 일어날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에서는 거의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불법 활동과 탈세로 이뤄진 지하 경제가 선진국 소득의 평균 17%, 개발도상국 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로고프 교수는 "보수적으로 말하면 이는 전 세계에서 연간 약 20조 달러(약 2경 7794조 원)에 이른다"며 "이것은 오랫동안 현금이 왕이었던 시장이지만 암호화폐는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 감시가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 정부조차도 지금까지 널리 퍼진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완전히 주류가 되면 유럽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로고프 교수는 "탈세를 더 쉽게 만듦으로써 새 법안은 이미 포함된 대규모 세금 감면 외에 의도하지 않은 대규모 세금 감면을 더 할 수 있다"며 "이 법안의 업계 친화 틀은 마약 밀수 및 인신매매 같은 온갖 탈세와 불법 활동을 부추김으로써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혜택은 거의 없이 비용만 떠안게 될 나머지 세계의 경우 미국의 암호화폐 상품 침공 때문에 관세 전쟁이 단순한 국경 전투처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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