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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3370억 달러 쏟아부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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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3370억 달러 쏟아부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막막’

기업 78% 도입했지만, 효과는 제한적... 전문가들 "거품이 아닌 성장통"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의 인공 지능 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산호세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의 인공 지능 칩.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 AI 거품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 초기와 유사한 '성장통'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지난 17(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 매체는 "약속된 AI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생산성 향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은 현명한 내기"라고 보도했다.

연구기관 IDCAI 지출이 올해 전 세계에서 3370억 달러(4664700억 원)에 이르고 2028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7490억 달러(10367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스탠퍼드 인간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 생성형 AI 투자 규모는 전 세계에서 339억 달러(469200억 원) 수준에 이르러 2023년 대비 18.7% 증가했다.

AI 도입 기업 78%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10% 미만
세계 경영상담업체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8%의 기업이 최소 1개 이상 업무 영역에 AI를 사용했다. 이는 2023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AI 도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10% 미만, 매출 증가는 5%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디지털투데이가 지난 5월 보도했다.

맥킨지 세계 연구소 시니어 파트너 겸 디렉터인 라레이나 이는 "AI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 중 1%만이 투자를 확대했고 43%는 여전히 시범 단계에 머물고 있다""시범 단계나 심지어 기업 단위 수준에서 의미 있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스탠퍼드대학교 AI 지수 작업에 참여한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이와 같은 수치는 AI 역량이 크게 개선됐지만, 국가 전체 생산성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증가하지 않는 '생산성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숨겨진 여가' 늘어나면서 당장은 생산성 통계 반영 안 돼

AI가 즉각 생산성 향상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지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근로자들이 AI로 절약한 시간을 추가 업무보다는 여가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한 변호사는 챗봇에게 문서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초안에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타이핑하는 데 2~4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절약한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대신 평소 하지 않던 다섯 번째 탄원서를 작성하는 데만 사용했다. AI로 업무 효율이 높아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여유 시간으로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성에 관한 기대치는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관리자는 실제 참조를 찾는 대신 구글에 검색을 연결할 때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이해한다. AI가 많은 이메일과 일일보고서 작성을 대신하고 그에 상응하는 직원 성과 향상을 요구함에 따라 그들은 비슷한 이해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과 기계 모두 학습 곡선의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법률 비서들이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진정한 생산성 향상은 나중에 변호사가 문서를 손으로 받아쓰거나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컴퓨터에 직접 문서를 입력할 수 있게 되었고 회사가 그렇게 많은 법률 비서를 고용할 필요가 없었을 때 이루어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 컴퓨터·인터넷 혁명과 유사한 패턴... "장기 생산성 향상 기대"

전문가들은 현재 AI를 둘러싼 상황이 과거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 초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우는 "생산성 통계를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서 컴퓨터 시대를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98년 폴 크루그먼도 인터넷에 관해 비슷한 관찰을 했지만, 이후 두 기술 모두 실제로 생산성 혁명을 이끌었다.

르네상스 매크로 연구소는 AI 인프라에 관한 자본 지출이 너무 커서 올해 소비자 지출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00년 전후 인터넷 거품 당시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업체 Pets.com 같은 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내며 망했지만, 바로 그 시기에 지금의 거대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도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AI 투자도 실패와 성공이 함께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이 기술은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본 2차 및 3차 생산성 향상을 창출하기에는 아직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프레드시트가 얼마나 혁신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데스크톱에서 데이터를 쉽게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은 많은 회계 업무를 간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관리자와 투자자에게 다른 부서와 나머지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 향상을 모색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브린욘프슨 교수는 "장기로 증기기관이나 전기처럼 AI도 초기에는 성과나 생산성이 일시 하락하다가, 일정 시점 이후에는 급격히 상승하는 이른바 J-커브를 따를 것"이라며 "기업들이 AI J 커브를 넘어서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연구소의 콘텐츠 전략가인 바네사 쿡은 "앞으로 5~10년 동안 생성형 AI가 기업 효율성과 생산성의 진화를 크게 촉진하여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