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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북한발 리스크···한국 '칵테일 경제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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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북한발 리스크···한국 '칵테일 경제위기' 현실화?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는 시민들.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는 시민들.
[글로벌이코노믹 이세정 기자] 올해 북한 핵폭탄 실험과 중국발 경제위기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또다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한 지 한 달여 만인 7일 다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기습 발사해 가뜩이나 불안한 대외여건을 한층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반복된 북한발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당장 충격을 줬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회복됐던 '학습 효과'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약간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 신흥국 불안 및 저유가에 따른 수출 위축, 내수경기 침체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가중되면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충격이 커지는 이른바 '칵테일 효과(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악재들이 뒤섞이는 현상)'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만큼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 여파로 개성공단 운영 등 남북경협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부, 시장변동성 확대 방지에 주력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고됐던 만큼 설 연휴가 끝난 후 금융시장의 동요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날 오전 정은보 부위원장 주재로 글로벌 동향 및 금융시장 점검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상목 1차관 주재로 금융위, 한은,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기재부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긴급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10일 이주열 총재가 주재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소집해 필요하면 시장안정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과거 북한발 위기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이번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및 중국발 경기불안, 신흥국 경제 둔화, 저유가 등과 맞물려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점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 강해지는 북한발 리스크, '칵테일 위기' 현실화?


북한이 연초 단행한 4차 핵실험으로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을 떠안고 한 해를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신용 등급 제약 요인으로 북한 리스크를 꼽을 정도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위험은 잦아들기는커녕 강도가 더 커졌다.

정부는 올해 미국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세계경제 성장률도 완만하게 개선되리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경제정책방향을 짰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세계경제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G2(미국·중국) 경제의 올해 첫 달 성적표가 심상치 않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4로, 2012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바오치(保七·7%대 성장) 시대에 종언을 고한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세계 경제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미국의 1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설비가동률 지표도 부진하게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확산, 북한 핵실험 등 세계 주요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는 형국이다.

이런저런 위협 요인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폭발하고 있다.

세계 경재의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칵테일 리스크'가 현실화 될수록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 북 리스크, 환율상승·경헙 경색 등 불가피할 듯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학습 효과 때문에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그동안 경험을 보면 북한발 리스크로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 기간은 많이 짧아졌다"며 "이른바 학습효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충격이 길게 지속되면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주고,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도 올라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학습 효과 때문에 북한발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무감각해진 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미사일 성능에 따라 충격이 미치는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지는 점은 우려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신 부문장은 "여러 군사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닫은 적 없던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실질적으로 남북 경협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정근 특임교수도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발 리스크가 커진 만큼 재정 지출을 조정하는 등 국가경영전략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재정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국방비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경영전략에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세정 기자 sjl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