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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좋은 미생물 균 확보 위한 대변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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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좋은 미생물 균 확보 위한 대변은행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대변은 농사 짓는 농부들에게는 귀한 영양소원이기도 하고 또 한때는 돼지먹이로 준 적도 있다. 20세기 초 제주도에서 시민 혁명이 일어날 뻔 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20~30리 길을 걸어와 모임에 참가했지만 한창 궐기가 무르익을 무렵부터 한두 사람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당시로선 돼지 먹이가 부족할 때 사람의 인분을 주기도 했던지라 궐기 장소 근처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20~30리 길을 다시 되돌아가 자기 집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봐야 했다. 그리곤 또다시 군중이 모여 있는 장소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혁명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에는 대변조차도 귀한 자산이었기에 손님이 방문하더라도 대변만은 자기 집에서 보고 가라고 청할 정도였다. 이렇듯 귀한 변이 최근에 와서는 환경오염물처럼 처리되고 마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 몸에는 인체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세균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좋은 세균이 늘어나면 건강을 가져오고 각종 질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지만 나쁜 미생물의 균수가 더 많아지면 질병을 일으키고 건강을 해치는 일이 생긴다. 발효식품 산업 분야에서 이용되는 유산균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의 항염 작용이나 항암 역할을 하는 유익한 기능성 물질을 생산하는 유익한 균들도 대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유익한 균 일부가 대변을 통해서 배출되는데 한 예로 아기똥 속에서 분리한 비피더스균이 있다. 현재 이 균은 요구르트에 포함시켜 우리들이 먹고 있는 유익한 젖산균미생물이기도 하다. 이 미생물은 어릴 때는 우리 몸의 장내에 많이 자라고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줄어드는 유익균으로 젊음을 상징하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균을 체내에 많이 확보한다면 우리 몸이 더 젊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사실 비피더스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유산균들이 체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 유산균들이 만들어 내는 젖산에 의해 pH를 낮추어 나쁜 균들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나쁜 균들보다도 항상 유익한 균들이 우위를 차지하여 건강상태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장 작용을 한다. 이런 효과로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대변 속에는 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중에는 비만을 유발하는 인자를 만들어 내는 미생물이 있으며 이를 잘 이용한다면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발표된 바 있다. 급기야는 장내 대변을 깨끗이 제거한 후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항문을 통해서 투입하는 방법이 도입되었으며 한 번만으로는 부족하여 이를 여러 번에 걸쳐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건강한 변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대변은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대변은행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변을 냉동건조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적절한 양의 수분을 첨가하여 공급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항문으로 변을 투입하는 대신에 대변으로부터 유용한 균들을 분리하여 환약처럼 만들어 코팅하거나 그러한 대변을 별도 처리를 하여 입으로 투입하기도 한다. 위를 통과한 후 장에 도착하면 코팅 물질이 분해되면서 유용한 미생물들이 장내에 서식하게 되고 조금씩 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여하튼 좋은 미생물 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변은행을 통해서 좋은 대변을 확보하고 저장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대변은행의 책무는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개똥도 약에 쓴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정말로 우리 자신의 대변이 약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