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2020)에서 또다른 미래 사업의 신호탄을 쏘았다. 요시다 켄이치로 사장이 소개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비전-S’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소니가 자동차를?”이었지만 곧이어 전세계 주요 언론들로부터 “놀랍다”는 평가와 인정을 이끌어 냈다. 소니의 최첨단 기술과 기능의 집약체였다. 핵심은 5G통신·차량 내외부를 감지하는 33개 센서, 그리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분석해 사고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기술이었다. 차량 내 대형 스크린, 360도 헤드부 스피커 등으로 소니의 강점인 엔터테인먼트(음악, 영화, 게임)를 주행중 즐길 수 있게 했다. 차량 제작에 보쉬, 슈타이어, 퀄컴, 엔비디아, 블랙베리, 히어(맵)테크놀로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세했다.
가정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디지털콕핏을 더 발전시켜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배터리는 최근 BMW와 3조8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삼성SDI와, 기타부품은 삼성전기와, 차체는 외주 업체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비밀리에 로봇까지 연구중인 삼성이다. 하드웨어는 그 정도라고 해도 여전히 소니의 강점인 게임·음악·영화 콘텐츠, 그리고 지도 같은 것들이 눈에 걸린다. 희한하게도 SKT는 플로, 웨이브, T맵 지도 기술 등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박정호 SKT 사장은 CES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AI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궁금해진다. 단지 그뿐이었을까. 혹, 삼성이 말을 아낄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 전자업계가 소니를 필두로 한 ‘모빌리티(탈 것)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쯤 LG전자도 LG이노텍, LG화학 등과 함께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건 아닐까. 애플도 구글도 참여한 마당이다. 1925년 크라이슬러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낸 테슬라 혁명의 향배가 자못 궁금해진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