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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기후연구 예산 74% 삭감...NOAA 과학자 수백명 강제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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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기후연구 예산 74% 삭감...NOAA 과학자 수백명 강제 해고

해양대기청 연구비 4억8500만 달러→1억7100만 달러로 축소..."1950년대로 후퇴" 경고
열파·고래 추적 연구 중단...민간이 공백 메우지만 "정부 데이터 없인 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기후과학 연구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수백 명의 기후과학자를 해고하면서 미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과학 데이터 수집 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4(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해양대기청(NOAA) 예산을 27% 삭감하고 핵심 연구기관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해체를 추진하면서 미국 기후과학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OAA 해양대기연구국(OAR) 예산을 48500만 달러(7000억 원)에서 17100만 달러(2470억 원)74%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연구 예산은 지난해 21900만 달러(3170억 원)에서 올해 16500만 달러(2390억 원)25% 줄었다.

연방 과학자 대량 해고...20년 경력자도 예외 없어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일론 머스크가 주도한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수십만 명의 연방공무원을 해고했다. NOAA와 환경보호청(EPA) 등 기후과학 기관에서 일하던 고도로 전문화한 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NOAA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에서 열파 악화 추세를 연구하던 잭 라베는 지난 2월 말 직장을 잃었다. 당시 그는 텍사스와 남서부 지역에서 발생할 극심한 열파를 보여주는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었다. 라베는 "기후 연구에서 우리는 장기 문제를 다룬다""과학 이해도 손실을 바로 수치화하기는 어렵지만 세대 간 단절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들이 기후과학 진로 선택을 재고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해양생물학자 마누엘 카스텔로테는 지난해 10NOAA에 입사해 마이애미에서 북대서양참고래 음향 프로그램을 이끌 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해수온 상승으로 이동 경로가 바뀌는 멸종위기 고래의 움직임을 추적해 어선과 화물선에 정보를 제공한다. 스페인에서 어릴 적부터 동물을 사랑한 그는 NOAA"보전 과학과 연구의 모범 사례"로 여겼다. 하지만 카스텔로테는 올해 초 해고당했다. 짐을 챙길 시간은 단 1시간뿐이었고, 자신의 상사들에게 본인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직접 알려야 했다.

캘리포니아대 농업천연자원부의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우리가 한 사람에게 이런 일을 한 게 아니라 수십 명, 수백 명의 전문 분야에 이런 일을 했다""문제는 각각의 작은 삭감이 특정 분야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NOAA 예산 27% 삭감...핵심 연구기관 해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콜로라도주 볼더에 있는 선도 지구과학 연구기관인 NCAR'기후 경보주의' 우려를 이유로 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NOAA 전체 예산을 61억 달러(88500억 원)에서 45억 달러(65200억 원)27% 삭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은 해양 연구선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샌디에이고 항구에서 연방정부와 대학 연구선 10여 척을 총괄하는 브루스 애플게이트는 "올해 연구선들이 바다에 나간 시간이 평균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통상 여름이면 다음 해 모든 원양 탐사 일정을 계획하지만, 지난 12월 현재 예산 지연과 승인 지체로 2026년 일정을 거의 짜지 못한 상태다.
NOAA 해양대기연구국장 크레이그 맥린은 "미국의 과학기술 리더십은 과학자들이 지구에 관한 근본 관측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결과"라며 "예산안이 승인되면 미국 과학 기반과 국민을 1950년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정부는 지구 이산화탄소 수준을 측정하는 인공위성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4년마다 지구온난화 영향을 분석하는 국가 기후평가 보고서 기여자들도 해임됐다. EPA는 웹사이트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전 미국 최고데이터과학자 데니스 로스는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정 산업시설의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는 EPA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 같은 데이터세트가 공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을 표시하던 디지털 도구도 제거됐다.

민간 조직 공백 메우기 나섰지만 한계 명확


민간 조직들이 연방정부가 남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섰다. 소규모 과학자 팀은 기후 관련 웹사이트 climate.gov에서 삭제된 내용을 가져와 climate.us라는 비영리 사이트를 개설했다. 비정부기구인 클라이밋센트럴은 NOAA 웹사이트에서 더는 업데이트되지 않는 10억 달러(14500억 원) 재난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맡았다.

하지만 로스는 이런 민간 단체들도 여전히 정부 원시 데이터에 의존하며 미국 정부가 하는 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부문은 재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분야로 측정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회의장에서 만난 한 선도 생태학자는 미국의 기후 연구 투자 감소 속에서 세계가 미국 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주요 저자 첫 회의에 프랑스 정부 주최로 참석한 과학자 700여 명 가운데 한 명인 패트릭 곤잘레스는 "기후변화 과학은 여전히 활발한 연구 분야이자 공공정책 적용 영역"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기후과학자이자 산림생태학자인 곤잘레스는 국립공원청 수석 기후변화과학자로 11년간 근무했다. 그는 지난 1년의 미국 기후 예산 삭감을 "심각한 후퇴"라고 규정하면서도 "상당한 국제 투자 시연"에 고무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 연구는 어떻게든 계속될 것"이라며 "과학적 사실은 매우 견고하고 예측된 위험은 너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에너지와 지속가능성 정책에 상식을 회복하고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절약했으며 모든 미국인이 깨끗한 공기, , 토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