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이코노믹은 질병치료의 신세계를 열 것으로 예상되는 줄기세포에 대해 비영리법인인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희영 이사장의 글을 게재한다. 앞으로 연재되는 줄기세포 관련 글은 사회와 소통을 목표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전문의로서의 논쟁적인 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이후 줄기세포치료 분야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어왔다. 그러나 일반인이나 심지어 의사들 사이에도 줄기세포 치료의 장점과 가능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간혹 줄기세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말문이 막히곤 한다. 이는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줄기세포(Stem cell)란 다양한 세포로 변신하거나 증식할 수 있고 특정 신체 부위를 재생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줄기세포는 성체 줄기세포로 여겨지는 섬유 모세포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공 배아에서 얻은 세포는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 유전자 조작을 통해 다변성을 유도한 세포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PS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세포는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s)라고 한다.
줄기세포 연구를 하다 보면 왜 하필 성형외과 의사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전문의로서 지방이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방 조직을 연구하다 보니 조직 속에 있는 세포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 결과 당시 성체줄기세포 학계에서 단연 큰 이슈였던 지방 줄기세포(ASCs·Adipose tissue derived stem cells)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세포가 어떤 조직(tissue)에서 유래했는지를 중시해 지방 줄기세포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굳이 세포가 어디서 추출됐는지는 따지지 않고 중배엽성 중간엽 줄기세포(Mesodermal mesenchymal stem cells)라는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는 연구자들에게는 필요한 구분이지만 줄기세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복잡하고 낯선 개념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줄기세포치료의 장점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고양이가 쥐를 잘 잡는다면 털의 색깔이 무슨 색인지 중요하지 않듯 세포의 계파가 어디인지보다 잘 분화(Differentiation)되고 성장(Proliferation)하여 치료에 유용한지가 중요하다. 물론 용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포 추출 위치에 집착하지 않으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지난 2014년 3월 일본에서 한 그룹의 학자들이 STAP 줄기세포(STAP 줄기세포는 일반 세포를 특정 자극이나 자극제로 처리해 얻은 줄기세포)를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는 실험용 쥐의세포를 일정 농도로 조절한 약산성용액을 이용해 배양처리 할 경우 체세포가 초기 상태의 줄기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상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해 체세포 분화 메모리가 리셋되는 과정을 거치며 역분화 세포(人工多能性幹細胞/pluripotent cell)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아쉽게도 결국 그는 논문조작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유전자 삽입이나 인공 배아 없이도 역분화를 통해 줄기세포가 되는 현상을 확인한 필자로서는 논문 논란 여부와 관계 없이 흥미를 끌었다.
한국의 황우석 교수의 사건도 비슷하다. 황 교수의 경우 2번 줄기세포가 조작된 것으로 판명 나면서 1번 줄기세포의 성과는 고스란히 묻혔다. 논문 조작은 비난을 받아마땅하지만 인체 내부에서 역분화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치료를 한다는 의사들 가운데 일부 의사는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모든 줄기세포 임상의사를사기꾼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양쪽 모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인간사가 대개 그러하듯이 줄기세포의 예외성은 가끔 실험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도 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실험에서 이상한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줄기세포가 과거 연구된 수많은 세포와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그 세포들의 변화무측(變化莫測: 변화가 매우 많고 예측하기 어려운것)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줄기세포라고 새로이 칭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줄기세포를 연구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연구자들이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공부를 시작하려는 의사들 모두 아직은 시작단계이므로 우선 뚜껑을 열고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줄기세포에 대해 누가 묻더라도 말문이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은 퇴보가 아닌 진보의 표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의학적인 지식을 공유하고 줄기세포 치료 실상을 전문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자의 시각과 임상 의사의 시각을 동시에 전달하고자 한다.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의 시각은 미래 지향적 성향을 갖는 반면에 임상 의사는 완벽하진 않아도 당장 환자에게 사용하고자 하는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연구자로서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는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접근이 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방어진료(defensive medical practice)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실을 거론해 본다는 의미이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