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6)] 가장 사용하기 적합한 줄기세포 원료 제대혈

공유
1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6)] 가장 사용하기 적합한 줄기세포 원료 제대혈

연구원들이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연구원들이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한 때 신생아 제대혈(umbillical cord blood) 보관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20년 전쯤 막내의 것을 보관했는데 나중에 사용하려고 보니 세포가 모두 죽었다고 해서 실망한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혈액 째 얼려서 초저온 냉동 보관을 했기 때문에 세포가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제대혈 줄기세포는 제대 또는 태반에 돌고 있던 신생아의 혈액이다. 채취할 때 제대 끝에서 흘러나오므로 제대혈이라고 부른다.
신생아가 소아기가 되면 백혈병이나 종양 등 다양한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제대혈을 보관해두면 이 때 화학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신생아와 함께 나오는 물질들은 '산후 부산물' 혹은 '주산기 산물'이라고 불린다. 원칙적으로는 의료폐기물로 처리하지만 부산물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주산기 부산물은 크게 피, 태반, 제대(탯줄), 양막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은 발생학적이나 조직학적으로 기원이 다르지만 임상 효과도 다를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세포의 특성에 따라 제대는 제대혈(제대 절단 시 제대에 머물던 혈액), 코드 라이닝(관 형태인 제대의 내, 외피), 코드-태반 접합부(제대와 태반이 만나는 지점), 와튼젤리(제대의 혈관 주변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콘드로이친 젤리), 제대의 혈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태반은 기저막(자궁에 붙어 있는 부분 ), 융모조직(태반의 중심 조직으로 모체와 태아 혈액간에 물질 교환이 일어나는 곳), 융모막(태반의 안쪽으로 태반을 덮고 있으면서 태아와 양막을 싸고 있는 곳), 융모막 판(융모막이 합해져 막처럼 구성된 곳), 태반혈(제대 절단 시 태반에 머물던 혈액), 탈락막(태반 분리시 딸려온 자궁측 막 성분) 등으로 구분된다.

양수 역시 줄기세포가 많이 존재해 별도의 줄기세포 원료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는 주산기 부산물에서 태반이나 제대 조각을 효소에 용해해 기질 줄기세포를 얻는다. 이들 각각에서 중간엽줄기세포(MSCs; mesenchymal stem cells)를 배양해 서로 다른 특성을 얻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동일인의 기질 유핵 세포의 기능은 원료가 다르더라도 환경에 따라 변화면서 최종 효과는 비슷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최근 대부분의 논문에서는 주산기 부산물이라면 세포 원료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추세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보관 방식으로는 세포가 5년도 버티기 힘들고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이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수십년 보관할 수 있다면 미래 치료 소재로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 비용을 들일만한 재화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273도인 액체헬륨 속에서 보관하면 수십 년 이상 보존되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196도의 액체질소는 액체헬륨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지만 1인분씩 보관이 어려워 수십년 동안 보관하기는 힘들다.

특수한 보관 방식을 소명하지 않고 50년 보관한다는 줄기세포 보관 보험 상품도 등장하고 있으니 줄기세포는 이래 저래 상업용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세포의 분류는 과거에는 세포의 현미경적 형태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세포 기능을 보여주는 수십 가지 세포막 단백질 또는 수십 가지 세포내·외에 생산된 RNA성분, 세포외 기질 등을 분석하여 그 함량에 따라 세포의 종류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세포의 검사 방식은 대부분 특정 시점에 한정된 분석으로 당시 상황만을 반영해 줄기세포 본연의 특징인 변화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세포 배양을 통해 세포가 배양 과정에서 자주,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기에 한 시점에서 분류하는 연구를 보면 꼬리만 만져보고 코끼리가 밧줄같이 생겼다고 말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골치 아픈 양자 물리학을 상상하는 느낌이다.

세포 군집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환경을 변화시켜가며 특성을 분류하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다고 본다. 줄기세포의 특성은 한 마디로 환경에 따라 특성이 변화하는 것인데 한 시점의 특성을 분석하여 줄기세포 여부나 종류를 결정하려는 연구는 모순적이기도 하다.

줄기세포 변화의 속도는 아주 빠를 것이다. 임상 경험에 따르면 지방 줄기세포가 상피세포와 같이 변화하는 데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배양 도중에 화학 성분이나 물리적 환경이 바뀌면 즉시 혹은 최대 며칠 안에 세포 형태가 변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세포가 변화한다는 것은 동일한 개체의 대상 세포가 변화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분열을 통해 다른 세포가 되면서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주산기 부산물 줄기세포 연구에서 조직의 유래를 따라 의미를 서로 다르게 두는 것 보다는 세포의 숫자, 조직학적 적합성에 관심을 두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혹시 출산을 앞두고 부모가 될 예정이라면 주산기 줄기세포 보관에 대해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

신생아로부터 추출한 주산기 줄기세포는 생각보다 면역 부작용이 크지 않으면서 효과는 성인 줄기세포보다 크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보관할 수 있다면 아이와 부모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백혈병에 걸릴 확률도 1000분의 1이하로 매우 낮고 부모도 젊고 건강해 본인의 줄기세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관한 제대혈을 사용했다는 보고는 드물다.

타인에게 제대혈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보관 기술의 문제가 가장 크고 배양에 필요한 비용의 문제도 있다.

신생아의 혈액은 백혈병의 발현 시기가 아직 안되어 발현 여부를 알기 어렵고 타인의 정맥 치료로 사용된 경우도 많지 않다.

최근에는 골수이식 대신 제대혈을 사용하는 시도가 있지만 윤리적으로 신생아의 동의가 없는 공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지방줄기세포나 혈액 줄기세포 등 다른 성체 줄기세포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서 얻을 수 있는 풍부한 중간엽 줄기세포 원료는 주산기 부산물과 지방 조직 밖에 없다. 혈액은 이미 수혈을 통해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승인된 재활용 원료는 현재 주산기 부산물 뿐이다.

백혈병 치료에 동반되어 사용하는 경우 주산기 부산물인 제대혈 줄기세포는 정맥투여로 임상 효과를 얻기 위해 투여자의 몸무게 1㎏당 100만개에서 1000만개의 세포가 필요하다.

이 때 조직적합성이 일치할수록 필요한 숫자는 줄어든다. 이는 조직 적합성이 맞지 않으면 투여 후 체내에서 수혜자 혈액의 공격을 받아 파괴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조직 적합성을 알기 위해서는 백혈구 혈액형인 HLA(human leukocyte antigen)를 구분해야 한다. 혈액형도 수백 가지에, 검사 방법도 다양하지만 보통 HLA-A, B, C, DR, DQ, DP 등 크게 6가지 중 몇 개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일치 개수가 많을수록, 혈연이 가까울수록 면역 거부반응이 적고 효과가 높다. 한국인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일치 확률은 높은 편이다.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수 십만분의 1도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일치 확률은 3~5%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주산기 줄기세포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수십 만명의 줄기세포가 보관되어 있다면 어떤 경우라도 젊고 적합한 줄기세포를 찾아 응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백혈구 혈액형을 보는 최소 비용도 1인당 60만 원이 넘어서 일반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이미 수십만명의 줄기세포가 보관되고 있는 제대혈 줄기세포다. 주산기 부산물 중 재대혈 줄기세포는 채취 비용이 가장 적게 들고 세포의 양도 많은 편이다.

다른 원료들은 품질과 양에 상관없이 효소 처리로 인해 줄기세포 분리 비용이 많이 든다. 양으로 따지자면 모든 조직이 엉켜있는 태반 자체가 양이 가장 많겠지만 피를 제거하고 잘게 분쇄하고 효소처리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제대의 와튼 젤리는 쉽게 분리할 수 있고 처리도 간단해 좋은 원료가 될 수 있지만 수동 공임이 필요하다. 양수는 분리는 간단하지만 오염 없이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제대혈이 주산기 줄기세포 중에서 가장 사용하기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