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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의사·약사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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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의사·약사도 나서라

이재현 기자
이재현 기자

원료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자국화와 관련해서 필요성이 높다고 정부와 국회도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가운데 정작 진행상황은 '제로'에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산업계 뿐만 아니라 의사·약사들의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회와 함께 필수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자국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료의약품과 필수의약품의 자국화 필요성을 설명했는데 자국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요소수 사태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소수 사태란 지난 2021년 중국이 석탄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의 생산과 수출을 통제하면서 생긴 문제를 뜻한다. 당시 요소수를 사용하는 농업용, 산업용, 경유 등의 차량 운전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수화물을 옮기던 트럭들의 운행에 어려워지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요소수 사태와 비교한 이유는 원료의약품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이 요소수처럼 수입을 통제한다면 국내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했고 그 결과 의약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수출제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의약품 원료 수출을 제한할 수 있어 국내 제약업계를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 다음으로 많은 원료를 수입해 오는 인도의 경우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자국민에게 사용할 원료 확보를 위해 수출 물량을 일시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를 계기로 제약업계는 원료의약품 자급화가 성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는 코로나19때 감기약 품귀현상 이후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슈성이 떨어지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제약사들이 원료의약품을 자국화할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때문에 이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처방되는 대부분의 약값을 정부가 정하는데 원료부터 생산해 판매할 경우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서 저렴한 원료를 수입해 오는 것이다.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산업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와 만나서 처방하고 판매하는 의사들과 약사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감기환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아직까지 품귀현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약사나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우려할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이다. 이같은 경험을 직접적으로 피력하면서 의약품 원료 자급화의 목소리를 보태주길 바란다는 것이 제약산업계의 의견이다.

의학계와 약사계도 원료의약품 자급화의 필요성은 동의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와 약사계는 비대면진료 허용범위와 관련해 바쁜 상황이며 의료계는 간호사법 재정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등 정신없는 상황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약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의약계가 함께 손잡고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힘을 실어준다면 정부가 서둘러 방향성을 잡거나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