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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신약개발 AI 활용 는다는데…제약바이오, 자체 도입 미적대는 이유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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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신약개발 AI 활용 는다는데…제약바이오, 자체 도입 미적대는 이유는?(2)

국내 100건 이상 'AI 통한 신약 후보물질 도출' 진행
51개 기업은 대형 제약사와 기술 공급· 연구 등 협업
투자대비 효율 불투명, 향후 임상 대체 가능성에 기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지만 자체적인 AI기술 보유는 보류하고 있다. 이는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AI서버 모습. 사진=픽사베이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지만 자체적인 AI기술 보유는 보류하고 있다. 이는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AI서버 모습.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지만 자체 사업으로 AI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거의 없는 수준인데 이는 아직 AI에 대한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이 국내에서만 100건 이상 개발 중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국내외 업체 간 협업을 통해 진행 중이다. 특히 51곳으로 알려진 국내 AI신약 개발 기업들은 최근 대형 제약사와 기술 공급, 공동연구 협약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같이 AI를 활용하려는 이유는 의약품의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에는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이자나 머크 글로벌 빅파마들도 AI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K이노엔, 유한양행, 보령, JW중외제약, 동화약품 등 다수의 기업들이 AI 도입 대열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AI가 신약 후보물질이나 신규 적응증 등을 빠르고 저렴하게 도출할 수 있다면 모든 제약사가 해당 기술을 도입하면 용이하겠지만, 자체 기술을 보유 중인 기업은 아주 적다. 이는 아직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이 임상까지 성공시킬 확률이 높지 않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정부나 단체에서는 AI를 이용하면 신약을 개발할 확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신약 후보물질 도출이나 기존 의약품의 새로운 적응증 확인 등에 한정된다. 신약개발 단계의 전체 중 초반 도입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후보물질이나 새로운 기전을 확인하면 안정성을 위한 전임상 단계를 거치고 사람에게 진행하는 임상1상부터 3상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최소 5년, 최대 10년 이상이 걸린다. 이와 함께 수억 혹은 수십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임상은 아직 AI로 대체할 수 없다 보니 인원이 직접 투입돼야 한다. 또한 임상은 후보물질을 도출할 때보다 성공률이 떨어진다. AI가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유해성 등을 모두 고려하지만, 실제로 인체에 투여할 경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AI와 임상은 별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이유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직접 AI를 개발해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뽑아내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계륵에 불과하다 보니 자체 개발을 꺼리는 것이다. 차라리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 협업하는 것이 투입 비용에 대한 리스크(위험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후보물질 발굴과 새로운 적응증을 도출하는 데 용이한 것은 사실이지만, 임상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보니 기업이 자체적으로 AI를 보유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기술력 확보에 앞장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제약바이오·AI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후보물질 발굴밖에 하지 못하지만, 향후에는 임상을 대체할 수 있는 AI가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기초라인을 갖춰두면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 효과를 대조해 빠르게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임상에 실패한 파이프라인이나 신약 후보물질들 데이터를 폐기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신규 감염병이나 희소질환과 대조하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도 항암 백신으로 개발하다가 코로나19에 활용된 것처럼 다양한 샘플을 보유하는 것은 기업에 이점이 되기 때문이다.

AI 기업 관계자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는 AI가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꾸준히 후보물질을 발굴하면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