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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3)] 암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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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3)] 암환자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고형암 초기에는 암세포가 발생 부위에 집중되어 있어 대부분 증상이 가볍고 치료도 비교적 수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고형암 초기에는 암세포가 발생 부위에 집중되어 있어 대부분 증상이 가볍고 치료도 비교적 수월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줄기세포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할 수 있다.

혈액암 치료에서는 일반적으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타인 줄기세포의 정맥 투여 치료는 보조 요법으로, 때로는 다른 치료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활용되어 왔다.

골수이식은 고용량의 암 치료를 진행하고 손상된 골수와 몸을 회복하기 위해 시행된다. 골수가 투여되고 약 2주 정도 지나면 빠졌던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고 다른 암치료 부작용 증상도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골수를 이용하려면 일란성 쌍둥이처럼 유전자 구성이 거의 동일한 기증자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식 후 이식편대숙주병(GVHD·Graft-versus-host disease)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이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치자가 몇 만 명당 한 명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골수기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골수이식의 역사는 약 80년 정도로 현대 줄기세포 정맥 치료의 시초가 됐다. 골수이식의 전신은 수혈이다. 여기서 발전한 것이 바로 중간엽 줄기세포 정맥 주사 시술로 암 치료에 적합한 안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온걸까? 정답은 복잡하다. 바로 혈액암이 아닌 고형암이 문제다.

혈액암은 발병 즉시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질환이다. 고형암은 다르다. 초기에는 암세포가 발생 부위에 집중되어 있어 대부분 증상이 가볍고 치료가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혈액을 통해 전이가 시작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게 된다면 위험해진다.

문제는 줄기세포가 암의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다. 암이 계속 증식하더라도 전신으로 퍼지지 않고 주변에 침습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줄기세포가 이 기전을 자극해 암세포를 퍼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사들의 일반적인 입장은 고형암이 발견될 경우 줄기세포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는 가설에 의존하기에는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임상에서 암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사용한 사례는 크게 많지 않아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기도 하다.

최근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성분을 줄기세포라고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는 혈액을 추출해 농축한 후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방법을 줄기세포 정맥주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단점은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고 장점은 효과가 없어 환자에게 추가적인 위험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답답한 것은 이런 행위를 하는 의사 중 일부는 정말로 모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체외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해 세포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경우다. 이는 제약회사나 대학병원 임상시험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신체 내부와 외부의 차이가 크다는 것과 세포의 대응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암 환자에게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과도한 연구 욕구나 무지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위험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학회나 기관도 없다. 그렇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줄기세포 치료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모든 줄기세포를 다 알지는 못한다. 그 중 복합적 구성의 미세 환경에 대한 세포의 반응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분명한 답은 고형 악성 암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흔한 사례는 줄기세포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이로 인해 다른 치료법을 간과하고 치료 기회를 잃는 경우다.

두 번째는 고가의 치료비용이다. 줄기세포 치료의 높은 비용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피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위험성은 타인의 세포를 사용하거나 면역 세포로 분화한 세포를 잘못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전신성 면역 질환이다. 여기에는 GVHD, 루푸스, 스티븐·존슨, 드레스 증후군, 면역성 당뇨 등이 해당된다. 학술적으로 확립된 경우는 드물지만 최근 GVHD 연구나 백신 연구를 통해 기전이 밝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형암에서 주사한 줄기세포가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는 상상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다.

이 가설은 암세포는 암 줄기세포(CSC·Cancer stem cells)에 의해 만들어지고 암줄기세포는 정상 줄기세포가 변하여 발생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중배엽-외배엽 전환 분화(Transdifferentiation) 이론 등이 이를 설명한다.

물론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동안 크기에 상관 없이 비정상적인 만성 상처가 있어야 한다. 상처로 인해 줄기세포가 과도한 분열을 하고 지속해서 분열할 때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적인 분열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신체 어느 부분에 만성 상처가 숨어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의사들은 치료 도중이더라도 고형암이 의심되면 즉시 치료를 중단한다. 그래서 치료 신청서(informed consecent)에는 이러한 예고 없는 중단 과정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서 '줄기세포가 암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험실 배양에서는 반대의 경우에 대한 보고가 많다. 어느 정도 정상 상황에서는 암세포를 제거하고 억제하는 기전의 중심에는 줄기세포와 측분비 효과가 절대적이라는 이론이다.

이론적으로 변이가 일어난 세포는 자연스럽게 죽지만 살아남게 되면 암세포가 된다. 정상적으로는 하루에도 수만~수십 만개의 암세포를 제거하고 있다.

필자의 의견은 현재로서 딱 반반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둘다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어느 정도까지는 조기 암세포(PSC·precancerous cells)의 발달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미 암세포가 창궐한 좁은 곳, 즉 고형암에서는 암세포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혈관을 만드는데 오히려 이 혈관이 암의 전이를 촉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험실이나 임상에서 정확하게 입증된 사례는 없다.

최신 연구 동향에 따르면 고형암의 전신 전이 상황에서도 줄기세포 정맥 주사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이 관측되고 있다.

실험실에서 암세포와 줄기세포를 함께 배양했을 때, 암세포로의 변화나 혈관 생성 없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결과가 주로 나타났다. 물론 반대의 결과도 있어 충분한 경험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세포 배양 중 유전자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팀은 세포 배양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Mutation)가 증가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반대로 이를 '변이'가 아닌 '변경(Alteration)'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동의한다.

세포의 분열 과정에서는 누구나 변경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배양과 같이 환경이 열악할 경우 그 빈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일시적으로 DNA 사슬이 세개로 늘어나는 삼염색체증(Trisomy·3n) 현상도 관측되었지만, 결국은 정상 상태로 돌아간다. 때로는 융합되어 DNA 사슬이 늘어나 4n, 6n도 나타날 수 있지만 다시 2n으로 돌아간다.

다만 암에서는 빈도가 높을 뿐이다. 몇몇 연구팀은 배양 중 암세포 발생을 주장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이러한 주장은 검증과정에서 암세포의 교차 오염(Cross cantamination)이나 해석의 오류 등으로 반박되기도 했다.

임상에서는 조작된 분화 배양 없이 이루어진 세포 치료에서 입증된 경우가 없다. 예외적으로 단 한번 척추 질환 치료 시 타인의 제대혈 줄기세포 주사로 인한 수막종 발생 사례가 있다.

유전자를 조작한 후의 배양해 투여하는 유전자치료(In vivo transfection gene therapy)에서는 2건의 암이 연속으로 발생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는 '의도적 조작(Substancial manipulation)없는 체외배양' 줄기세포 치료와는 다르다.
혈액암은 발병 즉시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질환으로, 전이가 시작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게 되면 위험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혈액암은 발병 즉시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질환으로, 전이가 시작되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게 되면 위험하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노벨상을 수상한 유도 만능세포(iPS)로 아직 임상 시도를 못하고 있는 것도 조작에 사용된 4개 유전자(Oct4·Sox2·Klf4·c-Myc) 중 하나인 c-Myc가 유전자가 암 유발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말기 암환자 중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약이나 방사선을 사용하는 항암치료는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주어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암치료 전 환자로부터 채취한 지방 줄기세포를 배양 해 주사하게 되면 암세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다른 조직의 복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런 치료법을 통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암치료에 특화된 약제의 전달을 위해 환자의 섬유모세포나 면역세포를 CAR(Chimeric antigen receptor) 유전자로 변형하고 다시 증식배양해 사용하면 암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치료법의 단점으로는 고가의 치료비용이 거론된다. 특히 과정의 복잡성과 다른 부포와 분리되어 별도의 공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한 번의 치료에 드는 비용이 5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 문제다.

고민해야 할 것은 초기 암치료 보다는 마지막 시도로 줄기세포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알려진 치료 방법을 모두 시도해도 암의 진행을 막지 못한 경우, 줄기세포 주사와 같은 대안적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는 이러한 '기대 반 걱정 반'의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척 할수도 있다. 의사에 대한 진료권(의료적 판단 및 면책 권한)이 줄어들고 있고 의사 수가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암이나 난치병 환자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부는 규제 강화를 시도하지만 결국 법정에서는 의사 단체의 의견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의사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그의 실력과 윤리적 책임감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의료 분야의 도전과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의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암을 치료할 때 줄기세포 정맥 주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암의 전이 속도를 줄일 수는 없더라도 일상 생활의 고통을 줄이고 환자의 삶을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암치료의 보조 요법으로서의 효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또한, 줄기세포 정맥주사의 비용이 저렴해진다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암치료에 있어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