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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판사판’식 리베이트 영업 고개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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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판사판’식 리베이트 영업 고개드나

[글로벌이코노믹=이승호 기자] 제약업계가 지적했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병원 처방약 청구액(EDI)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고개를 숙인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실적이 향상되는 약진현상을 보여줬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요구대로 건보재정악화 방지를 위해 약가인하에 협조할 것을 밝히며, 일괄인하 안을 단계적 인하 안으로 변경해 달라고 1년 넘게 호소를 해왔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약가의 일괄인하는 실행됐다.

그 결과 중의 하나가 올 상반기 병원 처방약 시장에서 국내 제약업체들의 실적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제약업계는 한미FTA 발효로 앞으로 10년간 매출 감소액이 연간평균 686억~119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은 고스란히 외국계 제약업체에 넘어간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약가의 일괄인하는 곧 제약업계의 생존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중소제약업체 및 제네릭(복제의약품)에 의존해 왔던 제약업체들 사이에서 영업활동 리베이트 제공이 다시 꿈들 되고 있는 것 같다.
약가의 일괄인하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대형 제약사나 중소제약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기업을 유지하고 버텨나가기에 더 버거운 상황일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주 제약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 기업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다시 리베이트 영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세 번이나 들었다.

“영업이익 감소로 기업이 고사되던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기업 문을 닫게 되던지 결과는 마찬가지다”라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듯, 기업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제약업체들이 ‘이판사판’식의 ‘리베이트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도 있다는 예기다.

초고층 건물을 설계하고, 지을 때 바람에 건물이 흔들리도록 설계하지 않으면 건물은 부러진다. 지금 제약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일련의 정부시책에서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설계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