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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5)]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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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35)] 제4장 인연을 찾아온 사랑

(35)

최철민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의 성격으로 보아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처세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 뻔해서 내심은 조심스러웠었다. 그런 점을 익히 알면서도 굳이 수련원에 머물기를 간청한 까닭은 무예수련에 열중하면 할수록 한계를 절감해서였다. 도인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은 없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그의 말처럼 무술도 도의 경지에 들어야 만이 최고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시대에 한성민 만큼 도가 깊은 인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지도를 받고 싶었다. 그가 무술을 전혀 모른다 해도 어쩌면 자신보다 뛰어난 어떤 능력이 있을 것이란 예감을 믿고도 싶었다.

사실 전국에 지부를 낼 정도로 수련원이 번창하면 할수록 더 신비로운 능력이 필요로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말을 꺼내려니 작은 허물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성품을 익히 아는 터라 얼른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또 다른 그의 측면이 있었다. 진솔하게 어려움을 호소하면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어놓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선 그의 의중을 떠볼 생각으로 넌지시 물었다.

“형님, 한 달 동안 제가 하는 일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열심히 배우는 수련생들이 참 보기가 좋더군!”

“그리 생각하셨습니까?”
“그렇지 않고........자넨 탁월한 지도자야!”

“네에?”

뜻밖이었다. 자네 도사가 다 되었더군! 하고 정곡을 찌르며 빈정거릴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되레 의아스러웠다.

“왜 그렇게 놀라나? 기왕 시작한 사업이라면 성공해야지.”

“형님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 또 형님이 예전처럼 무슨 호된 충고라도 주실 줄 알고 괜스레 긴장했잖아요!”

“에이, 이 사람, 누가 들으면 내가 몹쓸 사람이라 하겠군!”

한성민은 나무라듯 하고는 온화하고 평안한 웃음을 지었다. 최철민은 뜻밖에 너그러워진 그의 성품에 안심했다. 해서 마음 놓고 심중을 털어놓아도 될 듯해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형님, 실은 오늘 형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형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 것이 있어요. 도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제야 말이지만 저도 공부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 의논드리려고 오늘은 특별히 저녁상을 준비시켰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말예요.”

“그래? 그냥 얘기하면 될 걸 내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어렵긴요? 하지만 형님이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요.......근데 때가 되었는데 여태 상 안 들여오고 뭐하지? 형님 배고프시죠? 산행을 해서 더 하실 텐데.........?”

최철민이 좀 들뜬 몸짓으로 말하고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 이내 문이 열리더니 두 여인이 음식이 잔뜩 차려진 교자상을 힘겹게 마주 들고 들어왔다. 한 눈에 보아도 건하게 차린 저녁상이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수시로 삼시 세끼 밥상을 차려주는 50대의 여인과 상을 마주 잡은 여인! 삼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녀는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있었다. 그리고 좀 통통하고 자그마한 몸집에 계란형의 얼굴이 몹시 희어서 창백한 느낌을 주는 그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뭉클하고 가슴이 설레임을 느끼고는 얼굴이 화끈했다. 여자에 대해 아직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맛있게 드세요.”

상을 내려놓고 최철민 곁에 양 무릎을 다소곳이 꿇어앉은 그녀가 목덜미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밥그릇 뚜껑을 열어주고는 가만히 미소 지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