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밭을 일군 사람들(18)]최성옥 충남대 무용학과 교수
거대 춤판에서 정열‧열정으로 현대춤 꽃피우다
정갈함으로 안무‧감독…시적 이미지로 가득차
작품마다 꿈‧이상 찾아가는 인간 이야기 담겨
담백한 춤속 투박한 사람냄새…情 소중함 전해

거대 춤판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정열과 열정으로 현대 춤을 피워내는 안무가다. 선인장 꽃처럼 피어 그녀는 청옥으로 빛난다. 신선의 마음으로 춤 밭이 거칠지만 따스하다고 느끼고, 무파(舞波)를 이겨내었다. 용담(龍膽) 뿌리 이상의 작품 가치를 소지한 정갈한 이미지의 그녀가 안무하고 예술감독한 작품들은 시적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80년대 안무작은 ‘어두운 이마에’(1985)로 부터 시작된다. 1986년에 ‘요로’ 현대무용단을 창단하고 회장직을 맡아 88년까지 운영한다. ‘바다와 흰말’(1986), ‘침묵을 위한 변주곡’(1986), ‘불휘’(1987), ‘불휘 중 탄생’(1988), ‘깊은 바닷속에서 건져올린 피아노’(1989), ‘반쪽 어깨에 내리는 비’(1989), ‘그림그리기’(1989)가 이때의 안무작이다.
현대적이면서도 상징성이 두드러진 그녀의 안무작들은 스승 박명숙의 영향에 기인한다. 그녀의 몸은 한국에 있었어도, 페루의 어느 바닷가나 호주의 심연을 탐구하는 듯한 몽환의 시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춤 제목 하나하나는 영상시이자 무시(舞詩)의 명제였다. 고통에서 피어나는 순수함, 그 이상의 쓸쓸함이 배어 있는 추상의 수채화였다.
‘젊은날의 꿈’(1990)부터 ‘해바라기 환상’(1990),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1990), ‘나는 환상을 보는 것처럼’(1990), ‘우리는 물의 마을을 꿈꾼다’(1990), ‘달빛결혼’(1993), ‘무녀의 꿈’(1994), ‘미각인’(1994)까지의 그녀의 안무작은 이동을 위한 서무(序舞)의 느낌을 준다. 그녀는 좀 더 느긋하고 누그러진 분위기를 찾고 있었다.

더 이상 안주할 곳이 없을 것 같은 허망을 꿰뚫어 보면서, 순수로의 방황, 비근착성은 사실 그녀에게 보약과 같은 자양분을 제공했다. 최성옥은 1994년 일본 동경의 제8회 사이따마 국제창작무용경연대회 입상, 1995년 17회 서울국제무용제 우수상, 1999년 제 8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과 개인연기상을 수상하며 무용가로서 최고의 입지를 다진 시기였다.
새 밀레니엄에 들어서서 그녀는 정제되고 조금 여유로워진 작품들을 발표한다. ‘Tricolor(삼색)’(2000), ‘여백’(2000), ‘백일몽’(2001), ‘풍매화’(2001), ‘펭귄이야기’(2005), ‘길’(2006), ‘로미오와 줄리엣’(2006), ‘Blue’(2007), ‘Cyber Space Odyssey 21’(2009), ‘ Kiss(나 여기있어)’(2011)등의 다양한 색깔의 안무작들은 도약대에 오른 새로운 실험작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그녀는 4월, 최성옥 메타 댄스 프로젝트는 ‘사이버스페이스 오디세이 21’로 시작한다. 6월 ‘제8회 뉴 댄스페스티발’, 9월, 제 11회 춤 생생페스티발 ‘길 없는 길’ 예술감독, 11월 메타 댄스 프로젝트는 '제8회 수능 마친 청소년을 위한 무용’ 12월, 메타 댄스 보여주기 ‘점프업, Jump up’ 예술감독으로 일 년을 마무리 한다.
2010년 2월, ‘벗, 복불복’, 3월, 아르코 기획공연 ‘최성옥 메타 댄스 프로젝트, ‘ 사이버스페이스 오디세이 21’, 모다페에서 ‘달팽이 뿔’, ‘제 9회 뉴댄스페스티발’, 대전 차세대안무가전 ‘벗2’, 뉴 웨이브 인 대전에서 ‘탈, Black Suit’, 제12회 춤 생생페스티발 ‘당신이 머문 자리는?’, 메타 댄스 보여주기 ‘밀고 당기기, You Win, 관계, 탈’, ‘제9회 수능 마친 청소년을 위한 무용’으로 일 년을 보낸다. 그녀의 예술감독으로서 연간 패턴이 드러난다.
2011년 봄부터 그녀는 춤을 경작한다. 5월, 모다페의 ‘높은 음자리’, 메타 댄스 보여주기에서 ‘88만원세대’, 제17회 대전무용제 ‘버려진 사랑’, 6월, ‘제10회 뉴댄스페스티발’, 제4회 대전무용공연페스티벌 -아름다운 춤 전시 ‘잘 살아보세’, ‘Movement sound’, ‘눈물을 움켜쥐다’, ‘독백’, 대전 국제 안무가전 ‘나 여기있어’로 상반기는 마무리된다.

2012년 그녀의 활동영역을 살펴보면 그녀의 동선이 구체적으로 파악된다. 모다페 오프 스테이지(‘M. O. S.’) ‘type’에서 ‘존재의 가벼움’, 충남대 개교60주년 ‘시간, 만남, 그리고 피어나다’, 모다페 ‘Spark place’ ‘찜’ 쇼케이스-컨템포러리무용, ‘제11회 뉴댄스페스티발’, 제5회 대전무용공연페스티벌 ‘미운(오리)새끼’, 대전시립 기획공연 ‘청춘꿈들의 듀엣전- 삶! 그건 사랑!’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봄부터 여름을 일구었다.
9월, 최성옥 메타댄스 프로젝트 ‘메타몰포시스–춤․몸․공간의 변주를 위한 네 개의 시선’ ‘붉은 달, Red Moon’, 제14회 춤 생생페스티발 ‘커넥트’, 10월, 열한 번째 대전 젊은 무용예술가전 ‘더 에너지 2-무아지경’, 11월, 원도심 지역 활성화프로젝트-시민과 즐기는 현대무용, 12월 2012최성옥 메타 댄스 프로젝트 정기공연 ‘정글에서, In The Jungle’, ‘붉은 달, Red Moon’, ‘모래의 집’ 등의 작품에서 안무, 출연, 예술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안무작은 현대 도시인의 약육강식 문제 속에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낙원의 이방인’, 오디세이의 춤적 해석으로 표현된 ‘사이버스페이스 오디세이’,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변신의 대상인 식충을 아버지를 삼은 ‘모래의 집’, 이상향의 유토피아의 재해석인 ‘숨․움․터’, 유쾌한 미학적 상상인 ‘눈꽃’, 중첩적 이미지의 ‘레드 문’이 될 것 같다.
그녀는 늘 외계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성사시키고, 소녀적 감성으로 시안(詩眼)을 갖고, 감각적 촉수로 예작(藝作)한다. 그녀의 춤은 바람을 일으키는 풍무(風舞)다. 눈길을 걸어 그녀가 당도한 춤 밭에는 아직 일구어야할 땅이 많다. 그 밭에서 일군 춤은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