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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9)]제10장, 정의의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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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179)]제10장, 정의의 허울

그도 그럴 것이 검, 경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사건인데 오리무중으로 범인의 그림자조차 추리해내지 못하니 추측만 난무했다. 단지 모든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수사진이 얻은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사건의 종류가 다르고 범인이 행색을 달리해서 처음에는 수사에 혼선을 빚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목소리나 인상은 몰라도 몸매가 비슷하고, 뛰어난 무술실력이라든지 총이나 칼 등의 흉기를 사용해서 몸을 상하게 하거나 목숨을 빼앗는 흉악범은 아니란 점에서 동일범이라 결론을 내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러브호텔 테러사건에서는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에 분노한 배우자가 고용한 해결사의 짓이라 추측했으나 그것도 아니고, 사채업자사건을 보면 돈을 노리는 강도의 소행 같기도 했다.
하지만 또 느닷없이 의사를 테러한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의사의 잘못된 진료로 환자가 죽어서 가족 중의 누군가가 앙갚음을 한 또 다른 범행으로 분류해 수사해보니 역시 동일범이란 결론만 얻었다.

그런데 국민들이 문제였다.

불의한 자들을 응징하는 걸출한 의적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전국을 뒤덮었다. 그런데다가 오히려 범인을 칭송해 범인을 보았더라도 그런 사람은 신고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에 더해 신출귀몰한 범인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까지 할 지경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심지어는 투명 옷을 입어서 보이지도 않는다는 뜬금없는 소문이 계속해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거기다가 속 시원하게 또 다른 불의한 자들을 응징했으면 좋겠는 말도 대놓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니 억대의 현상금을 내걸고 제보자를 기다렸으나 비웃기라도 하듯 모두 장난전화뿐이었다.

최철민은 그런 여론을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행위에 한껏 고무됐다.

불의를 응징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 누군가가 마땅히 실천해야 할 도리를 용감하고 능력 있는 자신이 앞장서서 행하는 것이라 자부하고 자위했다.
그러므로 의기가 치솟아 목소리에 힘이 있고 걸음을 걸을 때는 전에 보다 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눈은 정면을 똑 바로 뜨고 쳐다보았으며 힘이 들어간 어깨는 떡 벌려서 보무가 당당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누구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만한 기미를 눈곱만큼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보란 듯이 불의한 자를 응징해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