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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7)]제12장, 개벽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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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17)]제12장, 개벽의 징조

그리고 쏟아지는 비!

소나기가 아니라 물동이를 쏟아놓는 듯 무섭게 내리는 폭우였다. 거기에 더해 선들선들 불어오던 바람이 나뭇가지를 활처럼 휘어놓도록 거세게 밀어 닥쳤다. 시시각각 우르르 쾅쾅 벼락 치는 소리가 심장을 멎을 듯 천지를 진동시켰다.
태풍과 뇌성번개, 그리고 쏟아지는 비........!

여름 내내 비를 내리지 않고 강과 바다에서 타오른 수증기를 머금고 머금었다가 기어이 한꺼번에 토해놓는 하늘의 심보가 무엇인가?!

득실대는 사악한 무리들의 그 사악함, 그리고 맺히고 맺힌 무리들의 원한을 수증기처럼 하늘이 머금었다가 되돌려주는 재앙이 저러할까?

눈에 보이는 천하는 삽시간에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졸졸 흐르던 개울물이 차올라 길바닥으로 넘쳐흐르고, 마을 앞을 휘어 도는 개천은 강이 되어 도도한 기세로 논이고 밭이고 아귀처럼 모조리 집어 심키며 휩쓸어갔다.

그러다가 한나절이 되어서야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햇빛이 쨍쨍 내리 쬐이더니 산 너머로 보란 듯이 무지개가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더 큰물을 쏟아내려는 하늘의 시범동작 같은 것이었다.
다음 날 새벽이 되자 나뭇가지를 휘던 태풍이 아예 나무 채 뿌리를 뽑아버리고 담장을 무너뜨렸다. 여러 차례 번개가 화등잔 같은 불빛으로 방안을 환히 밝히더니 뒤이어 뇌성이 고막을 찢어놓을 듯 우르릉 쾅쾅 댔다.

그리고 하늘은 또 다시 폭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퍼붓는지 마당이 패이고 지붕이 무너질 것처럼 요란했다.

“아무래도 집을 둘러봐야겠소!”

한성민은 뇌성번개를 무서워하는 아내를 꼭 껴안고 있다가 못내 불안해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여보, 삽이나 괭이 들지 마세요. 위험해요! 그리고 우산도요!”

“이 바람에 우산을 어찌 쓰겠소, 그냥 나갔다 올 테니 당신은 밖에 나오지 말고 방안에 가만히 있어요.”

한성민은 신중하게 말하고 작업복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 내려서니 이건 바람이 아니라 폭포수의 거센 물살 같았다. 섬돌 아래 발을 딛자마자 몰아친 폭우를 동반한 폭풍에 한순간 몸을 바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했다. 보통사람이었으면 몇 걸음 떠밀려갔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자세를 곧추세우고는 잠깐 눈을 감았다 뜨더니 별 힘들이지 않고 창대 같은 빗줄기 속을 뚜벅뚜벅 걸어 우선 집부터 한 바퀴 둘러보았다. 다행히 몸체와 사랑채의 지붕과 흙 담장이 천년을 버텨온 고목처럼 꿋꿋했다.

그러나 대문 옆에 수십 년을 집 지킴이처럼 묵묵히 서있던 감나무 큰 가지가 꺾어져 하늘 높이 솟았던 잔가지를 제 몸통에 늘어뜨렸다. 그리고 사랑채와 헛간을 빙 두른 담장 흙이 군데군데 허물어져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미를 내느라고 장독 가에 가져다놓은 여러 개의 큰 돌을 들어다가 허물어진 담장 여기저기를 임시방편으로 매워서 무너지지 않도록 해두었다. 그러고 덮개 없는 하수도 물이 마당으로 넘쳐서 막힌 곳을 손으로 파헤쳐 물이 잘 빠지도록 한 뒤에야 안심했다.

“여보, 어서 옷 갈아입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