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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해썹(HACCP)마크....위협받는 먹거리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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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해썹(HACCP)마크....위협받는 먹거리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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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차완용 기자] #1. 최근 국내 굴지의 L대기업이 계란 수집·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수집·판매 부문에 대해서는 해썹(HACCP,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를 인증 받은 것처럼 허위 표시를 해오다 축산 당국에 적발됐다. 소비자들은 L기업이 허위로 표시한 해썹 인증만 믿고 계란을 구입했지만 사실상 이 계란에는 해썹 입증을 붙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 식육가공업체 대표 이모씨(50)는 지난 5월 불량 닭과 고양이 사료로 쓰이는 오리고기 등 6톤가량을 시중에 유통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정부의 안전한 먹을거리 표시인 HACCP(해썹·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3. 정모씨(64)는 자신이 판매하는 건강식품에 HACCP 마크를 몰래 붙여 판매하다 지난달 적발됐다. A씨의 공장은 엄격한 관리공정으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광고했지만 HACCP 인증은 받지 않은 상태. A씨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지목하고 근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해썹' 인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 생산 전 과정을 총괄해 인증한다는 해썹의 당초 취지와 달리 원재료나 완제품 '바꿔치기'에는 손을 쓰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제조공정'에 집중한 해썹

해썹(HACCP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은 식품의 원료관리부터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위해한 물질이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도입됐다.

1998년 축산물가공업을 시작으로 2001년 식육포장처리, 2004년 운반 및 보관판매업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영세업체도 예외 없이 해썹 인증을 도입해야 한다.

인증을 받으려면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방충망 크기까지 규격을 맞춰야 하는 등 단계마다 일일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해썹 인증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안전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제 감면혜택을 주고 안전 장비 소요자금을 지원하는 데도 영세 업체들이 인증 준비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안전과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총 2만3000여개 식품제조가공업체 중 10% 가량인 2200여개업소가 해썹 인증을 받았다. 품목으로는 3600여 종에 이른다.

식약처 관계자는 "100%는 아니지만 대기업은 대다수가 인증을 받은 상태이고 영세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엄격한 관리 덕에 해썹 인증은 식품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들어가는 위해성을 차단하는 데에는 큰 효과를 낸다. 반대로 '제조공정 관리'에만 무게를 둔 탓에 해썹 마크를 도용하거나 완제품을 바꿔치기 하는 경우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해썹, 만능 인증 아냐, 사후관리 중요

해썹 관련자들은 완제품 검사 등은 해썹의 관리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품 제조 공정 등에 있어 '비의도적'인 위험성을 집중 관리하지만 '의도적인' 범죄는 단속 기관 몫이라는 설명이다.

박경진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후 관리는 업체가 있는 지방 식약청에서 1년에 한번 씩 하도록 돼 있다"며 "사후관리가 엄격해도 업소에서 실수할 수 있고 (원료 바꿔치기 등) 양심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해썹 마크'를 만능으로 인지한다. 해썹 인증을 받았다면 '안전성'뿐만 아니라 '맛'도 '품질'도 믿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썹이 관리하는 것은 '완벽한 식품'이 아니라 '안전한 식품'"이라며 "엉뚱한 원료를 사용하는 등 범죄행위가 발견되면 당장 고발 조치하고 함량 미달 등도 알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는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해썹 인증 업체 평가를 나갈 때 현장 직원들에게 안전 평가도 하지만 지도 편달도 하라고 지시 한다"며 "위반 사항을 발견했을 때 타 기관에 알려 통보조치 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