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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05)]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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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405)]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호수1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밖에

정지용의 시 ‘호수1’은 짧지만 그 울림이 꽤나 깊어서 가슴에 커다란 여백 하나를 남긴다. 누군가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호수만하여, 숫제 눈을 감아버리는 수밖에는 그 마음을 가릴 길 없다는 애틋함이, 종소리처럼 은은하게 퍼져 나간다. 그리운 사람을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시의 화자는 눈을 감아버릴망정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 아닌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럴 때 자신의 마음조차 잘 알지 못하고, 때로 알고는 있지만 마음 다스리기에 실패하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거나 뒤늦게 후회를 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일이 결국은 나와 타인을 알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심리학이 퍽 흥미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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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나 사랑, 인간관계 등 삶을 생동하게 하는 여러 부분을 관조하다 보면 결국은 사람, 그리고 마음에 회귀를 하게 된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했구나.’, ‘내가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구나. 제 멋대로 움직이는 마음 관리 한 번을 야무지게 못했던 거로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그래서 처방전을 받듯 펼쳐든 책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나를 도와줄 41가지 심리 법칙’이라는 부제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41가지의 사례를, 짧은 토막의 글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이 짬짬이 읽어 내려가기에 적당했다. 각 사례마다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을 해 놓으니 가십거리로 가볍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경우 우리가 조금 더 지혜롭게 처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어디 이렇듯 짜놓은 각본처럼 이루어지던가. 이렇듯 복잡한 여러 심리 이론을 주문처럼 외워 매뉴얼처럼 그 때 그 때 실천하지 못할 나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거니와, 이렇듯 약게 사는 것이 과연 가장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을 알아두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매번 사용법으로 대처하고 사는 세상이라면 너무나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때로는 어눌하고 서툴지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스마트한 방법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소진 덕신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