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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발목 잡는 '더미식'…“현장의견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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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발목 잡는 '더미식'…“현장의견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이 문제”

더미식 5년 누적 영업손실 4123억
지난해 매출 802억·매출원가 1328억·영업손실 1276억으로 수익성 부진 지속
“오너·임원 주도 탓에 현장 의견 반영 부족” 지적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림지주이미지 확대보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림지주
하림산업이 ‘더미식’으로 종합식품 전환을 모색했지만 성적표는 냉정하다. 공시에 따르면 5년 누적 영업손실은 4123억원이다. 라면 점유율은 1% 미만이고 즉석밥도 선두권에 미치지 못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21년 “육계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하며 출범시킨 야심작이지만, 현재로선 그룹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지목된다.

하림산업의 규모는 커졌다. 감사보고서 기준 지난해 매출은 802억원으로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1328억원으로 매출을 웃돌았고, 판매비와 관리비 750억원까지 반영되며 영업손실은 1276억원이다.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 2024년 80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 868억원, 1096억원, 1276억원으로 확대돼 수익성 개선은 뒤따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미식은 회장과 임원의 주도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보니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진 원인으로는 높은 원가 구조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먼저 꼽힌다. 배우 이정재를 내세운 대형 캠페인 등으로 지난해 광고·판촉비가 267억 원에 달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반면 연구개발(R&D) 비용은 11억 원으로, 매출 대비 0.1%대에 그쳤다. 이는 동종 업계 평균인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같은 기간 CJ제일제당 2180억 원, 농심 295억 원, 삼양 79억 원과 대비된다.
다만 시장의 바람은 바뀌고 있다. 고물가 속에서도 소비는 ‘싼 게 최고’에서 벗어나 자기 취향·가치를 따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라면도 프리미엄 제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라면인 ‘삼양식품1963’을 재출시하면서 프리미엄 국물라면의 수요층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시장은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양극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라면 중에서도 더미식은 가격대가 높은편이다. 장인라면 봉지 제품의 편의점 정가는 2200원이다. 경쟁제품인 ‘삼양1963’과 ‘신라면 블랙’ 봉지 제품은 1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림산업은 20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 농축 액상스프, 면 반죽에 육수 사용, 제트노즐 바람건조 공법 등으로 비싼 원재료와 높은 공정비용 때문에 가격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가 절감이 없으면 가격 인상과 행사 의존이 불가피해, 소비자 가격이 들쭉날쭉해져 수익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하림 더미식은 출시 4주년을 맞아 실제 소비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신규 광고 캠페인 ‘굳이 라면, 하나 때문에’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장인라면 번들 패키지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국물 라면 시장 내 입지를 차근히 넓혀가고 있다. 또 최근 자사 조사에서 제조공정 영상을 시청한 뒤 신뢰·호감이 상승하고 구입 의향이 높아지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원재료와 고비용 공정을 마케팅에 노출해, ‘값만 비싼 프리미엄’이 아니라 ‘웰메이드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 더미식 간편식품개발팀 조삼래 팀장은 "장인라면은 한 끼를 간단히 때우는 라면이 아니라, 집에서도 제대로 된 한 그릇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맛과 품질 중심의 진정성 있는 미식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