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은 국보로 지정된 기록물로 그 중요성과 가치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얼마 전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재미라는 요소에 갇혀 객관적 사실을 바로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평소에 역사드라마를 잘 보지 않거니와 더구나 ‘징비록’이 방송되는 기간에 국내에 있지 않아 방영되었다는 것조차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사극이 임금 중심의 상투적인 궁정 암투에 치중했다면 ‘정도전’에 이어 재상급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징비록’은 시대를 새롭게 조명하여 시청자들의 시야를 넓혀주었을 것입니다.
과거의 국난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물을 통해 왜 그러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시 조정의 무능과 경직된 사회구조, 기나긴 전쟁을 겪는 백성들의 참혹한 생활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현재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요? 유성룡이 ‘징비록’에서 강조했던 ‘전투력을 갖춰야 명나라 병사들이 철수한 후에도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외국 세력에 휘둘려왔습니다. 정부는 지금도 여전히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기 바쁘며,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E. H. 카)이므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르게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징비록’을 읽는 의미가 더욱 클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 일선에 서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늘 다투기에 바쁜 그분들에게 책을 권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므로 일단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읽고 토론할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주최하는 ‘제14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 참여하는 고등학생들은 쓰라린 반성의 기록문인 ‘징비록’을 통해 과거와 대화를 나누고, 현재 우리의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예경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독서교육연구소 연구원(서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