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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16)]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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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616)]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서 오랜 시간 정성으로 모아온 2.5 500기가 이동드라이브 영상자료를 정리하려고 검색하는데 버전이 낮아서 자료가 열리지 않아 친구의 도움으로 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다. 소중한 자료일수록 자주 업그레이드하고 신 버전의 이동드라이브로 자료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아서 다듬고, 보듬고, 하루하루를 꿰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해야 보석 같은 한 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위한 1g의 교양사전이라는 문구와 제목이 호기심을 주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이라는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김하나는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 'SK텔레콤-현대생활백서', 'SK텔레콤-사람을 향합니다', '현대 카드' 등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으로 광고를 만든 카피라이터이다. 그녀가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낚아 올리는 방식을 훔쳐볼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그녀는 북촌, 서촌 동네주민인 지인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얕은 지식모임'을 갖고 있는데 그 분야도 광고, 가구, 건축, 패션, 요리, 술, 여행, 미술치료, 인상학, 도성건축, 정원의 역사, 통역, 서양 미술사, 꽃꽂이, 한의학, 신화, 영화, 여행, 사주 관상, 운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적교류를 2년 동안 지속해 오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의 주제는 문학, 음악, 미술, 정치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연결하고 새롭게 조합하여, 낯선 재료를 가져와 퓨전요리를 만든 것 같은 맛깔 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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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하면 먼저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한다'에서는 '착한가격', '착한몸매', '세금폭탄', '귀족노조', '농약급식'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의 프레임에 갇히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송곳'에서 부진노동 상담소의 구 소장은 처음 찾아온 이수인 과장에게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 언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편협하고 치우친 세상이 되지 않도록 귀를 열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의 습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요즘 사람들은 가격이 싸면 '착한 가격'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소비자의 시각에서만 그렇다. 생산자가 착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든, '후려치기'로 하청 업체를 우려먹든, 노동자의 비용을 제대로 안 쳐주든 말이다. 싼 가격이 착한 가격인 곳에서 제대로 친 '제값'은 착하지 않은 가격이 된다. 마찬가지로 날씬하면서도 육감적인 여성의 몸매를 '착한 몸매'라 하는 곳에서 평범한 몸매는 착하지 않은 몸매가 된다……. 하나의 프레임이 생기면 그 바깥쪽은 사라져 버린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내용은 '결국 실패는 정말 실패일까'라는 글이었다. 1960년대 말 3M사의 연구원이었던 스펜서실버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작으로 포스트잇을 발명했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 9000개 이상의 슛을 실패하고 거의 300게임에서 실패했던 경험이 자신을 성공하게 한 이유라고 고백하고 있으며, 평생 2000여점의 그림을 그렸지만 평생을 가난과 정신질환의 고통 속에서 죽은 반 고흐의 실패한 삶은 사후 위대한 화가로 평가 받고 있는 예를 통해서 실패는 성공을 향한 밑거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글의 행간에서 "실패에 기죽지 말고, 저질러 봐. 길이 아닌 곳도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그곳이 곧 길이 될 거야."라고 삼포, 오포세대라는 단어에 담긴 청춘들의 절망감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다.

연금술은 2000여 년 동안이나 유행했다. 그러나 연금술에 성공한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다. 그 위대한 아이작 뉴턴조차 30년 이상 연금술에 매달렸지만 이런저런 금속들로 금을 만들어내려 했던 인류의 노력과 실험은 모조리 실패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연금술은 허튼짓 같다. 그러나 그 허튼짓이 남긴 유산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새로운 물질과 원소가 수없이 발견되었고 현대 화학이라는 거대한 분야가 그로부터 탄생했다. 연금술이 금만큼 값진 것을 만들어내는 데 결국은 성공한 셈이다. 성공은 좋은 것이겠으나 실패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근사한 실패는 실패만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거대한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다음은 나이키 광고의 카피인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이라는 부분에서 언급한 작가의 경험에 공감이 갔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어느 날 버스타고 퇴근 하다가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 걸었다. 퇴근길에 걸으니 여유롭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매일 하니 몸도 가볍고 건강해지면서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경험과 실연의 상처를 잊기 위해 비틀즈의 서정적인 팝송 가사를 매일 외우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본업인 카피라이팅 공부도 하게 되고 실연의 아픔도 극복하고 이제는 팝송도 잘 부른다는 고백을 읽고 공감하면서 일상을 낯설게 보는 즐거움과 따스한 감동, 번뜩이는 깨달음을 주는 안도현의 시가 생각나 마음이 울컥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꽃게는/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끝으로/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안도현, '스며든다는 것')

글을 쓰는 동안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며 '처음 살아보는 나이'라는 부분에서 새해를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100가지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본다.
"나이 60이 돼도 인생은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내려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거야."(배우 윤여정 인터뷰)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지는가에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저, 류시화 편)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송곳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또 정년퇴임 후 30년 동안 자신의 삶을 낭비한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90세의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는 어르신의 고백에 감동하면서 병신년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부지런히 신발 끈을 조인다.
김희지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연구소 연구위원(동광중학교 교사)